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ul 17. 2020

조이 조디슨

Slipknot


1999년. 모든 것은 ‘(sic)’과 ‘Eyeless’, ‘Surfacing’이 수록된 [Slipknot]이라는 앨범에서 시작됐다. 기괴한 분장을 한 ‘9명의 성난 사람들’은 힙합과 얼터너티브 록(또는 그런지), 인더스트리얼 록과 훵크를 뒤섞은 뉴메탈(Nu Metal)이라는 선언문을 질겅이며 기세 좋게 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조이 조디슨이라는 괴물 드러머가 있었다.


콘과 림프 비즈킷, 시스템 오브 어 다운과 함께 90년대 중후반 헤비 신(scene)을 달군 슬립낫의 승리는 푸닥거리에 가까운 조이 조디슨의 살벌한 리듬 디자인에 가장 큰 빚을 졌다.


프로듀서 로스 로빈슨이 추구한 뾰족하고 앙상한 톤을 리듬으로 재현한 조이는 사실 드러머이기 전에 한 명의 완성된 뮤지션이기도 했다. 그는 슬립낫과 병행한 호러 펑크 밴드 머더 돌스에서 드럼은 물론 리드/리듬기타와 베이스, 퍼커션과 건반, 백킹 보컬까지 거의 원 맨 밴드에 가까운 개인기를 시전 했는데 이는 혼돈과 질서를 동시에 머금은 그의 드러밍에서 단정한 음악성이 함께 느껴지는 이유였다.


헤비메탈이 길을 잃고 방황하던 세기말, 나는 ‘(sic)’과 ‘Surfacing’이라는 곡에 숨은 더블 베이스 드러밍과 빠른 필인에 넋이 나갔었다. 그것은 누가 들어도 뉴메탈과 데스메탈의 경계였고, 거기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았던 밴드 슬립낫의 데뷔는 결국 드러머 조이 조디슨의 데뷔와 다른 듯 같은 뜻이었다. 꼬장꼬장하고 날 선 톤과 속도가 정확성에 기반하면 얼마나 무시무시한 리듬 장치로 거듭나는지 그는 사지(死地)에 몰린 사지(四肢)의 비명으로 그것을 낱낱이 들려주었다. 시쳇말로 ‘후달리는’ 조디슨의 막강 스틱킹/킥킹은 이후 그가 몸담는 익스트림 메탈 밴드 신세넘(Sinsaenum)에 가서도 처절하게 응용된다. 빠르고 파괴적인 그의 드러밍은 또한 염세적이었다.


그런 조이 조디슨을 세상은 ‘하이퍼 테크니컬 드러머’로 분류했다. 그리고 그 바탕엔 키스 문과 존 본햄의 광폭함, 진 크루파와 버디 리치의 현란함, 그리고 토미 리의 명쾌함이 있다. 손의 필인과 발의 더블 베이스 드러밍이 각각일 때든 함께일 때든 구분 없이 아찔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조이는 혹자가 ‘예술적’이라고까지 표현한(마치 우리네 풍물놀이서 잡이들 채상모 돌리듯 하는) 헤드뱅잉으로 보는 관중들을 함께 흥분케 했다. 압도적으로 후련하고 공격적인 조이의 드러밍과 그 살벌한 퍼포먼스는 실력만큼은 발군인 제이 웨인버그(현 슬립낫 드러머)가 그럼에도 조이의 공백을 채 다 메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밴드의 두 번째 명반 [Iowa]의 ‘People=Shit’과 ‘Disasterpiece’를 들어보자. 글쎄, 일렉트로닉 장르인 ‘드럼 앤 베이스’를 사람이 연주하는 느낌이라면 그의 드러밍이 소개될까. 아마도 크게 어긋나진 않을 가정일 게다.


매거진의 이전글 닐 피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