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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pr 30. 2021

이언 페이스

Deep Purple

이언 페이스의 역사적 드러밍은 딥 퍼플의 74년작 [Burn]에서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


이언 페이스(Ian Paice)의 드러밍은 딥 퍼플의 [Burn](1974)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딥 퍼플 전성기의 마지막 장이었던 [Burn]까지(물론 나는 [Come Taste The Band](1975)에서 토미 볼린의 기타 연주를 매우 아끼는 편이긴 하다) 이언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진 크루파나 버디 리치, 진저 베이커와 미치 미첼의 영역을 가장 창의적으로 소화시킨 플레이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Burn] 이후부터 그의 드러밍은 눈에 띄게 밴드 지향적으로 변해 갔고 [Stormbringer]부터 그의 연주는 야생적 활기 대신 구조적 조화를 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니까 유일하게 더블 페달을 쓴 'Fireball'의 혈기를 벗고 브루스 디킨슨을 잉태한 'Child In Time' 마냥 철저히 곡 흐름에 헌신했던 모습을 그는 2020년작 [Whoosh!]까지 이어온 것이다. 이는 과거 페이스 애쉬튼 로드(Paice Ashton Lord)를 비롯해 화이트스네이크의 [Saints & Sinners], 게리 무어의 [Corridors Of Power]에서도 어렴풋이, 그러나 일관되게 감지된 한 록 드러머의 이타적 자아였다.


이제 [Burn] 시절까지 이언 페이스를 보자. 드러머로서 이언 페이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장점은 민첩한 필인이다. 그는 필인을 넣어야 할 지점이 보이면, 또 그 시점이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라 여겨질 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여백을 압도적으로 채운(Fill In)다. 리치 블랙모어와 존 로드의 유명한 솔로가 번갈아 등장하는 'Highway Star'나 'Lay Down Stay Down', 옛날 사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시절 'Listen, Learn, Read On' 등에서 우린 그런 이언의 리듬적 강단을 확인할 수 있다. 쏜살같이 하지만 정교하게 비트를 투망하는 그 모습은 마치 마일스 데이비스의 'Move' 같은 곡에서 맥스 로치가 짧은 솔로로 선보인 타격감을 연상시킨다. 언젠가 'All I Got Is You'에서 재지한 고스트 노트를 뿌렷듯, 이언 페이스의 드러밍엔 60~70년대 드러머들 다수가 그랬듯 록 이전에 기본적으로 재즈가 녹아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언 페이스의 가치는 재빠른 스틱킹이 베이스 드러밍과 밀통해 이르는 솔로에 있다. 어린 데이브 그롤의 혼을 빼놓았을 이것은 언뜻 이언의 첫 번째 장점(민첩한 필인)과 맞닿는 얘기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론 그의 탁월한 루디먼트/파라디들/더블 스트로크에 대한 경외다. 가령 'The Mule' 같은 곡에서 선보인 프레이즈나 닉 멘자, 리 커슬레이크가 계승한 'Pictures Of Home'에서 인트로 드럼 솔로, 그리고 스콧 트래비스가 'Painkiller' 같은 곡에서 응용한 'Flight Of The Rat'의 마지막 폭풍 같은 콤비네이션이 다 그 실력의 전시 사례다. 물론 'Space Truckin'' 중후반에서 펼친 드럼 솔로도 예외일 순 없다. 그가 'Burn'이라는 곡에서 자체 요약한 이 현란한 손과 발 터치의 직조는 리치 블랙모어와 스티브 모스, 존 로드와 이언 길런이 그토록 오랜 기간 딥 퍼플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가장 든든한 전제였다.


맞다. 그는  퍼플의 근저에서  퍼플이 계속 헤엄쳐 나갈  있도록 자신을 낮춘 바다. 때론 'Mandrake Root'라는 곡을 놓고  로드의 올갠에 맞서 과감한 아프리칸 비트를 펼치기도 했지만(이언은 존과 함께 'Chasing Shadows'라는 도 썼) 정작 그가 빛나는 지점은 로저의 철컹거리는 베이스에 16비트 리듬을 살며시 얹어 리치의 'Smoke On The Water' 확실한 시동을 거는 순간이다. , 'Might Just Take Your Life'에서처럼 망설이는 리듬에 물꼬를 터주는 역할인데, 이언 페이스라는 드러머가 지난 53 동안   번도  퍼플을 떠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가 사납게 리듬을 짓밟던 시절에든 안정적으로 리듬을 보듬어온 시절이든  모든 순간 '왼손잡이 드러머' 이언의 스틱은  쌍의 지휘봉과 다르지 않았다. 혹자들은  퍼플을 '클래식을 록에 이식했다' 이유로 리치 블랙모어와  로드의 밴드라고 못을 박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장르의 접목, 장르적 쾌감 이전에 우린 반드시 이언 페이스의 존재를 떠올려야만 한다. 데뷔 때부터 유일하게 밴드를 지킨 그의 드럼은 누가 뭐라든  퍼플의 중심이요, 사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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