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 블랙맨 산타나는 카산드라 윌슨, 안젤라 보필, 조스 스톤, 버킷 헤드, 레니 크래비츠 등과 연주한 기교파 재즈/록 드러머다. 성에 '산타나'가 붙은 건 퓨전 록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가 그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카를로스는 2010년 미국 일리노이주 틴리 파크 공연 중 신디에게 프러포즈 했다.
신디 블랙맨은 7살 때 친구 집에서 연주해본 드럼이 천직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6년 뒤 맥스 로치를 듣고 재즈 드럼의 세계로 빠졌는데, 맥스의 비밥 노트를 하드밥 스타일로 소화시킨 신디의 드러밍은 재즈 트럼페터 월러스 로니와 협주한 앨범 3장([Intuition](1988), [The Standard Bearer](1989), [Obsession](1990))에 잘 새겨져 있다. 클라크 테리와 디지 길레스피,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쟁쟁한 선배들로부터 사사받은 월러스 로니는 그러나 코로나19 합병증으로 2020년 59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신디 블랙맨은 버클리 음대에서 토니 윌리엄스를 가르친 앨런 도슨에게 드럼을 배웠다. 토니 윌리엄스는 신디가 존경했던 인물로, 그는 자신의 영웅에게 [Another Lifetime](2010)이라는 앨범을 따로 헌정하기도 했다. 이 작품엔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을 비롯해 오르가니스트 덕 칸(Doug Carn), 색소폰과 클라리넷, 드럼 등을 두루 다루는 만능 뮤지션 조 로바노, 재즈 피아니스트 겸 알앤비 가수인 패트리스 러셴, 그리고 펑크(Funk) 메탈 밴드 리빙 컬러의 기타리스트 버논 레이드가 함께 했다.
신디의 드러밍은 헤비하면서 정교하다. 데이브 웨클처럼 트래디셔널 그립을 고집하는 그의 맹렬한 난타는 찢어질 듯 울어대는 라이드 심벌 아래서 고유의 그루브를 끌어낸다. 한마디로 신디는 록의 힘과 재즈의 기교를 모두 갖춘 연주자다. 이는 1997년 딥 퍼플 트리뷰트 앨범에서 코리 글로버, 리치 코첸, 티엠 스티븐스, 스티비 살라스와 협연한 'Black Night'이나 재즈 베이시스트 론 카터와 녹음한 앨범 두 장을 들어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신디의 플레이는 화려하되 재촉하지 않는다. 가령 2005년작 [Music For The New Millennium]에 수록된 'Theme To Ginger's Rise' 같은 곡을 들어보면 그렇다. 그 안엔 산란한 긴박감 속에 모종의 질서가 숨어 있는데, 솔로 같은 드럼의 즉흥 연주가 비교적 점잖은 색소폰/건반 테마와 잔잔한 조화를 엮어내는 것이다. 같은 앨범의 'All I Want'에서도 신디의 드럼은 올갠과 색소폰, 베이스와 저마다 솔로를 펼치는데 이것들이 가까이 보듬거나 멀찍이서 맴도는 모습은 장관이다. 언젠가 'Someday My Prince Will Come' 같은 감미로운 스탠다드를 살기어린 리듬으로 박살내버린 모습은 또 어떤가. 이럴 때 신디 블랙맨의 연주는 단 한 번의 공격을 위해 숨죽인 맹수의 긴장을 닮았다.
세션으로선 알려졌을지언정 드러머 신디 블랙맨의 솔로 앨범들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그나마 남편 카를로스 산타나와 재즈 기타의 '지존' 존 맥러플린,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 구면인 버논 레이드가 참여한 2020년작 [Give The Drummer Some]은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으니 감상을 권한다.(물론 이 좋은 시대에 마음만 먹으면 그의 다른 솔로작들과 참여 앨범들도 얼마든지 들어볼 수 있다.) 이 앨범에선 특히 맥러플린과 호흡을 맞춘 'We Came To Play'가 좋은데, 화합인지 전투인지 모를 두 사람의 협연은 단연 작품의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