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도둑은 문화비평가 겸 작가, 싱어송라이터인 남승희(보컬/어쿠스틱 기타/신시사이저)와 신동선(베이스)이 1997년 PC통신에서 만나 결성한 팀이다. 금세 바뀌긴 하지만 당시엔 한유선(드럼)이라는 인물도 멤버로 있었다. 신동선은 이듬해 팀을 나가 ‘허벅지 밴드’와 라틴 재즈 밴드 ‘로스 치코스(Los Chicos)’에서 활동하다 2004년 다시 비누도둑으로 돌아왔다.
작가 남승희는 책 ‘나는 미소년이 좋다’(2001, 해냄)를 홀로 썼고 강준만 등과는 ‘마광수살리기’(2003, 중심출판사)를 함께 썼다. 남승희는 그런 자신을 “열 가지 재주를 가진 놈이 밥을 굶는다”는 사주명리(四柱命理)의 ‘팔방미인’으로 소개한다. 라디오헤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피쉬만즈, 그리고 한국의 70년대 포크 음악에 영향 받은 그는 자신의 창작 동력을 ‘고독’이라고 말했다.
‘당근 주스’는 그런 남승희의 프로젝트 비누도둑이 2004년 발표한 미니앨범 ‘어쿠스틱 고양이’에 실린 곡이다. 화자는 당근 주스를 만들기 위해선 오렌지와 사과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만들기 어려운 건 순수가 아니다, 중요한 건 ‘조율’이라고 주인공은 노래하는 것이다. 여기엔 평소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를 추구하며 ‘개선과 협력’을 지향한 남승희의 생활 태도가 그대로 녹아 있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당근 주스’는 사실 동요라 해도 괜찮을 만큼 정답고 친숙하다. 누가 들어도 그 자리에서 따라 부를 수 있으리 만치 만만하다. 그만큼 쉽고 짧고(1분 15초) 재밌는 곡이다.
남승희에 따르면 ‘어쿠스틱 고양이’는 “합성 짜깁기 원료도, 표절 MSG도 찾아볼 수 없는, 인생 유기농 창작의 밭에서 직접 뽑아낸 청정음반”이다. ‘당근 주스’라는 구체적 증거, 어쿠스틱과 고양이, 비누라는 산발적 단서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 안에 담긴 음악은 하나같이 투명하고 담백하다.
자신의 인생 좌우명을 제목으로 쓴 ‘가늘고 길게’부터 시작해 “진리와 합리적 대답이라는 건 적당히, 최대한 적합하게 우리에게 맞는 것 뿐”이라는 철학적 깨달음을 노래한 ‘색칠공부’, 1999년 어느날 클럽 공연 전 “앉아 노닥거리다 영감을 얻어” 만든 ‘도둑 고양이’까지, 미니앨범 치곤 조금 넘쳐보이는 12곡을 실었다. 12노래 모두 남승희가 작곡했고 11곡 가사를 또한 남승희가 썼다.
12곡 중 남승희가 유일하게 가사를 쓰지 않은 곡은 세 번째 트랙 ‘나는 원래 이래요’다. 이 노랫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스노우캣. 스노우캣은 웹툰 1세대 일러스트레이터 권윤주가 90년대 후반에 창조한 캐릭터로 귀차니즘, 귀차니스트라는 한때 유행어를 만들어낸 꽤 유명한 고양이다. 그 유명세가 2000년대 당시 포털 사이트 ‘다음’에 관련 카페만 30여 개에 이르게 했다는 후문은 전설로 회자된다. 심지어 스노우캣이 좋아한다고 밝힌 작가나 뮤지션을 덩달아 추종하는 팬클럽 카페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는데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와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 등이 거기에 속했다.
흔히 한국 인디뮤직의 출발을 펑크와 모던록에서 따진다. 하지만 국내 인디 음악의 깊이가 이만큼 깊어질 수 있었던 데는 비누도둑 같은 ‘잔잔하며 오래 남는’ 포크 성향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나는 본다. 2021년 현재까지 우리가 들어온 그 많은 어쿠스틱 인디 음악의 뿌리 중 하나가 비누도둑이었다면 비약일까. 남승희는 인기 인디 듀오 옥상달빛보다 무려 6년 앞서 생활밀착형(또는 생존보고형) 힐링 가사를 써내며 ‘음악 하는 작가’로서 실력을 십분 발휘했었다. 지금 들어도 위화감이 없는 남승희의 노래는 음악적 성취와 별개로 시도 자체가 하나의 의미였던 셈이다.
글/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웰빙 시대에 해독(디톡스)주스, 해독요법 같은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현대인이 그토록 멀리 하고 싶어하는 ‘독소’는 보통 가공된 음식 섭취와 사회생활 중 겪는 스트레스 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독소들은 대게 당뇨, 고혈압 등 대사 질환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예방 및 제거하기 위해 많은 자연/대체 의학자들은 디톡스 요법을 권한다. 자신의 몸 성질에 맞게 재료를 선택해 마시는 디톡스 주스는 그중 한 가지 방법이다. 그래서 오늘은 베타카로틴이 많은 당근과 식이섬유가 듬뿍 든 사과를 함께 갈아 먹는 당근사과 주스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껍질째 먹는 사과에는 일단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또한 사과의 대표 성분인 펙틴은 콜레스테롤과 혈중 당 수치를 줄여주고 면역반응을 촉진시키며 암 발생 예방도 돕는다. 사과는 소변을 알칼리 상태로 바꿔 결석을 예방해주기도 하는데, 땀 배출이 많아 소변이 줄어 생기는 병이 요로결석인 만큼 사과는 지금 여름의 문턱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일이겠다. “하루에 사과 한 개면 의사도 필요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닐 거다.
토마토, 배추과(십자화과) 채소와 더불어 3대 항암 식품으로 알려진 당근은 베타카로틴을 많이 지녀 야맹증에 좋고 항산화는 물론 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단, 베타카로틴은 껍질에 많으니 당근을 먹을 땐 되도록 껍질 째 섭취하는 것이 좋고, 지용성 비타민이어서 기름을 넣으면 영양 흡수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카로틴, 비타민A가 풍부한 당근은 비타민C, 칼륨이 많은 사과와 더불어 마실 때 최상의 비타민 섭취를 누릴 수 있고 그만큼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당근만 갈아 마실 때보다 사과를 곁들이면 당근 특유의 향이 주는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재료는 어울린다.
당근사과 주스 만들기
재료 당근 2개, 사과 1개, 꿀 한 숟가락,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작은술
1. 당근은 색이 선명할 수록 영양소가 풍부하다. 표면이 매끈하고 휘지 않은 것을 골라 흐르는 물에 흙과 불순물을 깨끗이 씻어 낸다.
2. 당근은 껍질에 베타카로틴이 많으므로 깍둑썰기는 껍질째 한다.
3. 사과는 가볍게 두드려 보았을 때 탱탱한 소리가 나는 것이 과육이 알차다.
4. 사과는 식초물에 15분 이상 담갔다 씻어 당근과 비슷한 크기로 깍둑썰기 한다.
5. 사과는 깎아서 공기 중에 두면 과육이 갈색으로 변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1리터 물에 소금 1그램을 넣어 만든 물이나 설탕물에 담가두면 된다.
6. 모든 재료를 믹서에 넣어 갈아준다.
글, 사진, 요리, 스타일링/강인실 (요리연구가, 푸드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