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Feb 04. 2016

Dr. Lonnie Smith - Evolution

구루(Guru - 힌두교, 시크교의 스승이나 지도자)이기도 한 애시드 재즈(acid jazz)의 선조 ‘닥터’ 로니 스미스가 ‘The Healer’ 이후 4년 만에 새 앨범 ‘Evolution’을 내놓았다. 1967년, 색소포니스트 루 도날드슨의 소개로 계약해 ‘Think!’와 ‘Turning Point’를 발매한 바로 그 곳. 그러니까 재즈를 하거나 들어본 사람에게라면 공기처럼 친숙할 재즈 명가 블루노트(blue note)에서 70년작 ‘Drives’ 이후 무려 46년 만의 작품인 셈이다. 

모친으로부터 클래식과 가스펠, 재즈를 두루 접한 덕에 코흘리개 때부터 남들보다 더 많은 음악 소스를 체득할 수 있었던 로니 스미스. 그는 모타운 역사에 길이 빛날 동명의 아이콘이 생겨나기 전 이미 자신의 보컬 그룹 슈프림스(The Supremes)를 이끌며 두각을 보였는데, 뉴욕 항구도시 버팔로의 유명 재즈 클럽인 파인 그릴(Pine Grill)에서 만난 조지 벤슨(보컬/기타)은 그런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스미스와 전공이 같은 오르가니스트 잭 맥더프(Jack Mcduff)와 팀을 이뤄 활동했던 조지 벤슨이 로니 스미스의 재능에 반해 그와 쿼텟(George Benson Quartet)을 짜 활동한 것이다. 1966년의 일이다. 

로니 스미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해먼드 B3 오르간(Hammond B3 Organ)의 거장이다. 그는 오르간 한 대로 70장이 넘는 앨범들에 참여했다. 탄력있는 훵크(funk)와 분위기 있는 소울(soul)을 재즈에 주로 접목해온 그의 스타일은 이번 블루노트 복귀작 ‘Evolution’에서도 여전한데, 가령 ‘Black Radio’라는 작품으로 55회 그래미어워드에서 ‘베스트 알앤비 앨범’상을 받은 재즈 피아니스트 로버트 글래스퍼(그는 스미스와 같은 블루노트 소속이다)가 피처링한 14분4초짜리 대곡 ‘Play it back’은 구수한 해먼드 오르간을 딛고 선 재즈 훵크 그루브로 흠뻑 젖어있다. 물론 이런 것 말고 쫀득한 소울을 좋아하는 당신에게는 저 뒤에 있는 ‘For heaven’s sake’ 같은 곡을 추천한다. 

73세 고령에 ‘진화’에 도전한 로니 스미스의 이번 앨범에는 재즈 팬들에게는 익숙할 꽤 화려한 라인업이 숨어있다. 일단 윈튼 마설리스가 “재즈 트럼펫의 미래”라고 극찬한 케년 해롤드(Kenyon Harold)와 그래미상까지 받은 트럼펫터 모리스 브라운이 눈에 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음악 저널리스트 존 머프가 “궁극의 모더니스트”라고 평한 드러머 조너선 블레이크(Jonathan Blake)도 여기에 함께 했으며, 크림(Cream)의 걸작 ‘Disraeli Gears’와 존 윌리암스의 ‘Concierto de Aranjuez’ 연주에 혼을 빼앗겼던 기타리스트 조나선 크리스버그(Jonathan Kreisberg)도 본작의 크레딧에 자기 이름을 올렸다. 소니 스티트와 존 콜트레인에 영향 받은 색소포니스트 조 로바노(Joe Lovano) 역시 ‘Afrodesia’ 등에서 전설의 오르가니스트를 훌륭히 거들었다.

흔히 재즈 오르가니스트라고 하면 지미 스미스(Jimmy Smith)나 래리 영(Larry Young)을 떠올리지만 여기에 한 명을 더 추가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않고 ‘닥터’ 로니 스미스를 꼽겠다. 신작의 ‘Talk about this’ 같은 곡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힙합 같은 비교적 ‘젊은’ 장르에도 항상 문을 열어두며, 자신의 음악을 인용하는 타 장르 뮤지션들의 시도를 격려했다. 그의 넘치는 끼와 재능은 미뤄두고 이번 앨범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진화’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강수, 박창근 - 듀엣 앨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