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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Feb 05. 2016

Lamb of God

VII: Sturm und Drang

2010년 5월24일, 체코 프라하에 있는 아바톤(Abaton) 클럽에서 있었던 램 오브 갓 콘서트에서 그들의 팬인 다니엘 노섹(Daniel Nosek)이 무대에서 떨어져 뇌출혈로 사망했다. 2년 뒤 여름, 다시 프라하를 찾은 램 오브 갓의 보컬 랜디 블라이드(Randy Blythe)는 이 사건의 피의자(랜디가 다니엘을 무대에서 떠밀었다는 것이다)로 지목되어 프라하 공항에서 강제 연행, 38일 동안 감옥 신세를 지게 된다. 하지만 러닝 타임 1시간30분에서 50분을 할애해 이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 <As the Palaces Burn>에 따르면, 당시 랜디는 스스로가 스테이지 다이빙을 했을지언정 팬들에게 무대에 올라오라는 제스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은 다니엘의 자의였고, 다니엘을 저지한 건 랜디가 아닌 안전 요원들의 과잉 경호였던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결론은 결국 “랜디와 다니엘 사이에는 어떠한 물리적 접촉도 없었다”였다. 그래서 랜디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한 달을 넘게 칠흑 같은 공간에 갇혔던 기억은 그에게 많은 상처와 영감을 남겼다. 이 앨범 [VII: Sturm und Drang]은 90% 가사를 쓴 랜디의 바로 그 ‘상처 입은 영감’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질풍노도’를 뜻하는 앨범의 부제 ‘Sturm und Drang(영어로는 ‘Storm and Stress’)’은 그래서 랜디의 우울한 경험을 에둘러 표현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앨범이 “더 강력해졌지만 덜 정신분열적”인 이유 역시 냉정한 법의 구속을 정면으로 삼켜낸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일 터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는 랜디가 갇혔던 판크락 감옥(Pankrác Prison)과 체코(또는 프라하)를 다룬 곡들이 몇 있다. 가령 조지 콜리아스의 속도와 레이몬드 헤레라의 정확성을 겸비한 드러머 크리스 애들러가 이끄는 첫 싱글 ‘Still Echoes’는 나치 때 ‘판크락의 단두대(Guillotine)’에서 이슬로 사라져 간 영혼들을 달래는 곡으로, 랜디는 묘사를 위주로 써 나간 가사를 강조해 그래픽 메탈(Graphic Metal)이라는 흥미로운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

'Cheated'나 'The Faded Line' 같은 그루브로 넘실대는 ‘512’는 “해조차 볼 수 없었던” 판크락의 지하 감옥에서 받은 랜디의 죄수 번호였으며, 진격감이 판테라의 ‘Living Through Me (Hells' Wrath)’에 가까운 ‘Anthropoid’는 나치 시절 게슈타포 수장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그의 별명은 '프라하의 도살자'였다)가 행한 유인원 작전(Operation Anthropoid)을 소재로 하였다. 하이드리히는 1942년 6월, 영국에서 훈련 받은 체코슬로바키아 레지스탕스 둘에게 암살된다. 그리고 데프톤스의 광팬인 랜디가 치노 모레노에게 맡겨 참신한 엔딩을 이끌어낸 ‘Embers’와 더불어 딜링거 이스케이프의 그렉 푸치아토가 가세한 피처링 트랙 'Torches'는, 1968년 8월 소련이 이끈 바르샤바조약군대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것에 저항해 1969년 1월16일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분신자살한 얀 팔라흐(Jan Palach)를 기리고 있다. 이렇게 체코와 프라하, 판크락과 다니엘은 랜디에게 잊을 수 없는 나라이자 도시, 감옥이요 또한 팬으로서 남은 셈이다. 그것이 악몽일지 추억일지는 당사자만이 알 일이다.

섹스 피스톨스의 ‘Holidays In The Sun’을 좋아하는 랜디 블라이드가 프라하의 기억을 떨쳐내고 주목한 곳은 바로 인간과 사회이다. 즉, 21세기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본 것인데 사소한 좌절과 실패를 '종말'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불평, 불만을 일갈하는 ‘Overlord’나 가는 정 오는 정(Give and Take)을 신봉하는 현대인의 협상 마인드를 다룬 ‘Erase This’(마크 모튼은 이 곡을 [Ashes of the Wake]의 ‘Laid to Rest’와 비교했다), 그리고 여름 성수기 관광객들의 무미건조한 모습들과 쓰레기 무단 투기 같은 볼썽사나운 행동들을 성토한 ‘Footprints’가 다 한 가지에서 뻗어 나온 예들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재로, 미디어가 대중에 가하는 공포심 조장을 비판한 ‘Engage the Fear Machine’도 물론 같은 맥락에 넣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메르스 과잉 보도’를 냉소했다 보면 되겠다.

창조와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고민한 흔적 ‘Delusion Pandemic’ 폭풍 같은 드라이브 감이 전하듯, 이번 앨범은 랜디 블라이드의 경험과 사유가 치열하게 뒤엉킨 끝에 나온  다른 쾌작이다. ‘Big4’ 이을 만한 재목에 굶주린 (Scene) 판테라를 잃고 갈팡질팡 하고 있을  쉐도우스 , 킬스위치 인게이지와 함께 미국 헤비메탈의 새로운 흐름(New Wave of American Heavy Metal) 앞서 이끈  오브 . 여덟 번째 작품에서 프론트맨의 ‘아픔 끝내 밴드 음악의 ‘성숙으로 승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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