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Victories
스트라이프스는 젊다. 아니 어리다. 잭 헤이든(베이스)이 밴드를 나가고 보컬이었던 피터(Peter O'Hanlon)가 그 자리를 메우며 새로운 프론트맨이 된 로스 파렐리(Ross Farrelly, 보컬/하모니카)가 고작 18세에, 가장 연장자라곤 하지만 리드 기타리스트 조쉬(Josh McClorey)도 그래봤자 대학교 새내기 나이인 95년생에 불과하다. 그래서 악틱 몽키스와 종종 비교되곤 하는 이들의 음악은 그러나 심하게 ‘늙었’다. 가령 2012년 4월, 셀프 프로듀싱을 거친 블루스 커버 EP [Young, Gifted & Blue]의 첫 곡이 보 디들리의 ‘You Can't Judge a Book by the Cover’라는 사실은 이 밴드가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 지를 대번에 보여준다.
그렇다. 연령대로만 봐선 스트록스(The Strokes)나 하이브스(The Hives)로부터 영향 받았을 법한 이 팀은 후(The Who)와 비틀즈, 머디 워터스와 엘모어 제임스, 그리고 록파일(Rockpile)을 좋아하는 정통 블루스/로큰롤 밴드이다. 이들의 출세 마중물이 되어준 매니지먼트사 로켓 뮤직(Rocket Music)의 수장 앨튼 존이 알앤비와 블루스를 65년간 “축적만 해온” 자신에 비해 그것들을 “숨 쉬듯 소화해내는 밴드”라고 스트라이프스를 극찬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2012년 12월, 메이저 레이블인 머큐리 레코드(Mercury Records)와 계약하고 엔엠이(NME)와 모조(Mojo) 같은 유력 매체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던 즈음 발표한 이들의 첫 앨범 [Snapshot]은 그런 면에서 가능성의 타진이었다. 이후 제프 벡과 폴 웰러, 노엘 갤러거와 데이브 그롤, 심지어 로저 달트리까지 그들의 팬이 되었으니 이제 밴드의 가능성은 결코 가능성에만 머물지 않은 셈이다.
이들은 두 번째 앨범 [Little Victories]로 60년대 블루스와 70년대 펍록에 제대로 젊은 감각을 실어 이번엔 모국인 아일랜드와 영미 권을 넘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평균 나이 스무 살도 채 되지 않는 풋내기 밴드가, 무려 지미 리드와 리틀 월터를 하드하게 변주하며 이른바 ‘글로벌 밴드’로 거듭나려는 순간이다.
첫 곡 ‘Get Into It’을 듣고 보라. 음악만 듣지 말고,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라이브 세션 영상까지 함께 보라는 얘기다. 거기서 당신의 눈과 귀는 깔끔한 뉴웨이브 그루브와 블루스 하모니카, 날카로운 로큰롤 기타에 푹 빠질 것이다. 영상은 레귤러 그립(Regular Grip)을 한 에반 월쉬(Evan Walsh)의 시원한 드러밍을 들을 수 있는 ‘Now She’s Gone‘으로 이어진 뒤 다시 닥터 필굿도 울고 갈 ‘I Need To Be Your Only’로 내달리며 멤버들의 앳된 외모를 시기하는 장르와 연주로 흥건해진다. ‘Scumbag City’는 아마도 그 정점일 것이다. 세컨 보컬까지 소화하는 조쉬 맥클로리의 와(Wah) 페달 기타 솔로, 그리고 곡이 끝나도 계속 울려 퍼질 듯 힘 있는 코러스(Scumbag City Blues~)가 매력적인 트랙이다.
단순히 ‘젊은 밴드가 늙은 장르를 한다’ 해서 이 밴드를 추천, 칭찬하고 싶은 건 아니다. 젊다는 건 실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한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이며, 덕분에 그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기 한참 전에 유행한 장르를 그 누구보다 ‘잘’ 해내고 있다. 이들의 부모 세대가 좋아했을 저 많은 거장들이 스트라이프스의 팬을 자처하는 이유도 결국 장르의 습성을 잘 이해하고 소화해내는 이 친구들의 천부적인 끼 때문일 것이다. 잭 화이트와 블랙 키스가 긴장해야 할 밴드. 스트라이프스 2집은 어떤 식으로든 ‘연말 앨범 결산’들에서 두각을 나타내리라 본다. 나에게는 이미 ‘올해의 앨범’ 후보작이라는 걸 이 글에서 밝혀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