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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Nov 04. 202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2013)


자식이 바뀐 이야기는 한국인에겐 흔하고 익숙한 소재다. '피'를 중시하는 사회 풍토, 그 풍토를 거름 삼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 흔한 드라마들과 다른 점은 아마도 '바뀜을 당한 아이들'의 시선에서 해당 소재를 다뤘기 때문일 거다. 한국 드라마들이 병적으로 집착하는 "출생의 비밀"에서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자식 바뀐 이야기"가 그마저도 복잡하고 치졸한 삼각 관계를 위한 퍼즐로 전락하는 것에 비해 이 영화는 6년간 친부모라 여긴 사람들과 떨어져 일면식도 없던 진짜 친부모와 살며 겪게 되는 두 아이의 정서에 집중한다. 물론 제목("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은 불행했던 산부인과 간호사의 질투를 계기로 끝내 "아버지가 되는"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달콤씁쓸한 운명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온전한 부모를 갖지 못한 사실. 그것이 사는 내내 워커홀릭이라는 일탈로 이어지고 그렇게 그는 차갑고 속물적인 아버지로 남을 뻔 한 것이다. 결국 영화는 같은 아픔을 가진 부자가 서로를 보듬고 진짜 부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셈인데, 그 중심에서 열연한 6살 꼬마들의 눈빛과 행동은 17년 전 히로카즈 감독의 역작 '아무도 모른다'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일본 도시 사회의 음지, 어른들의 욕망에 희생된 아이들의 희망을 다룬 그 작품이 다시 떠오르는 건 어쩌면 "그렇게 어머니가 됐으면" 싶었던 그 때 감정이 이 영화를 보며 되살아났기 때문일지 모른다. 부모로 산다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다. 201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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