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Home
소울과 가스펠, 알앤비와 블루스를 두루 다루는 레온 브릿지스는 1989년생, 우리 나이로 고작 26살이다. 26살이면 세상 이치 다 따질 수 있을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고작’이라는 부사를 왜 굳이 붙였냐면 그가 데뷔작 ‘Coming Home’에서 들려주는 음악이 무려 50년 이상 뒤로 간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49년 전, 지금 레온의 나이에 삶을 마감한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이나, 오티스 보단 오래 살았지만 ‘요절’임에는 도긴개긴인 샘 쿡(Sam Cooke)을 데려와 레온 브릿지스와 연결시키려는 해외 평단의 같은 행위에는 그래서 마냥 호들갑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어떤 간절함이 배어 있다. 저들보단 한참 뒤 세대이지만 알로에 블라크(Aloe Blacc)나 존 레전드(John Legend)의 팬들에게 레온을 소개하려는 대중음악 전문가들의 의지 역시 결국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특정 스마트폰 모델 광고에 쓰여 화제가 된 ‘Coming home’이 세인들의 입에 주로 오르내리고 있지만 사실 이 앨범에서 ‘주목할 만한 싱글’을 따로 썰어내는 건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그러기엔 두 번째 싱글 ‘Smooth sailin’’의 그루브가 서럽고, ‘Pull away’와 ‘Twistin’ & Groovin’’의 매끄러운 이음새가 야속하다. 레온의 음악은 때문에 건조한 디지털 음원보다는 그 지독한 레트로 성향에 맞게 기름진 바이닐(vinyl)로 감상하는 것이 좀 더 어울려 보인다. 턴테이블 바늘의 지글거리는 딴죽은 바로 이런 음반을 위한 것이었지 않은가.
롤링스톤(Rolling Stone)이 2015년 5월 선정, 발표한 ‘당신이 알아두어야 하는 아티스트 10명’에 켄드릭 라마와 작업한 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과 더불어 이름을 올린 레온 브릿지스. 과거(retro)가 유행하는 현재(modern)에 템테이션스 같은 모타운 사운드를 보란 듯이 들고 온 그의 음악 속 아름다운 시대착오는 고전이라는 것이 왜 고전인지, 그리고 그 고전을 무엇 때문에 지켜야 하고 참고해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앨범 ‘Coming Home’은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도 방영하는 제58회 그래미어워드 ‘베스트 알앤비 앨범’ 후보에 올랐다. 디 안젤로(D’Angelo), 안드라 데이(Andra Day), 재즈민 설리반(Jazmine Sullivan) 등 후보들은 쟁쟁하지만 남몰래, 그의 승리를 조심스레 점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