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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5. 2022

단장사(斷腸詞)

이유정


곡은 시작부터 문새한별의 해금과 오윤희의 피아노, 그리고 김혜현이 편곡한 스트링을 들어 단단했던 적막을 깬다. 여기서 음악을 주도한 것은 '동양의 바이올린'이라 불리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려내는 해금. 단 두 줄로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악기가 이끈 이 세련된 동서양의 협연은 이내 철저한 대구법으로 읊어나가는 182구짜리 조선시대 가사(歌辭)와 만나 더 깊고 넓은 예술적 크로스오버를 펼친다.


가사의 제목은 '단장사(斷腸詞)'. 그러니까 '장'이 끊어질 듯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임을 향한 '정'을 표현한 것인데, 이 먹먹하고 애달픈 글을 노래로 불러낸 이는 바로 이유정이라는 사람이다. 이유정은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싱어로, 그러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가 정말 약관 언저리의 청년이 맞는지 목소리는 거짓말처럼 성숙하고 또 절제되어 있다. 심지어 그는 평소 트렌디 솔/알앤비를 즐겨 부른다고 하니 과연 이 노래의 장르적 출처는 이 가사의 지은이 출처만큼이나 모호하다.


그나마 그 모호함은 프로듀서(김주환)의 말에서 실마리가 보이긴 한다. 즉 애초 이유정의 보컬이 가진 넓은 스펙트럼이 이 기적에 가까운 소리의 생채기를 가능케 한 것인데, 이는 "너무 슬퍼 무덤덤해진 슬픔"을 위해 해금, 스트링 편곡과 더불어 김주환이 디렉팅에서 가장 정성을 쏟은 부분이기도 했다. 좋은 영화가 감각적인 편집에 의존하듯, 좋은 음악 역시 균형 잡힌 편곡과 독창적인 해석에서만 태어날 수 있다는 걸 이 노래는 '담담한 강렬함'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CREDIT


노래 : 이유정

작사 : 작가미상

작곡 : 김소은

편곡 : 김소은 김혜현


피아노 : 오윤희

해금 : 문새한별


스트링 : 위드스트링

스트링 편곡 : 김혜현


피아노 녹음 : 야기스튜디오

스트링 녹음 : 소누즈레코즈

보컬 녹음 : JOHNNY COMPANY


믹싱 : 김주환 @JOHNNY COMPANY

마스터링 : 김주환 @JOHNNY COMPANY


프로듀서 : 김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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