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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21. 2022

일곱 발의 총알을 장전한 BTS의 제2막


지난 6월 10일, BTS는 자신들 활동의 챕터1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앨범 'Proof'를 발매했다. 그리고 5일 뒤 그들의 유튜브 공식 계정에는 "No 대본 No 설정"을 전제한 1시간 분량의 팀 회식 영상이 올라왔다. "아미의 아미에 의한, 아미를 위한 진심"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이 자리에서 그러나 팬들은 충격적인 선언을 듣게 된다. 바로 BTS의 활동 중단이었다.


이번 영상에서 BTS가 원팀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은 멤버들 발언 여기저기에서 드러났다. 가령 'Dynamite', 'Permission To Dance', 'Butter' 같은 인기 싱글들은 BTS 시즌1의 종착역이었던 'On' 활동이 코로나19로 전면 오프(Off)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발매한 것이라는 RM 발언의 답답한 뉘앙스는 곧 "가사를 쓸 때 할 말이 없어졌다"고 말한 슈가의 한숨을 지나, 언젠가부터 "기계가 되어버린 느낌"이라는 진의 고개숙인 넋두리로 번져가는 식이다. 즉 이들은 그동안 각자 생활의 템포가 다름에도(정국) 하고 싶은 일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뷔) 생활을 해온 것이다. 활동 9년 만의 활동 중단은 BTS에겐 너무 늦은, 어쩌면 필연이었던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과 개별활동을 병행하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된다. 멤버들은 솔로 앨범 발매,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 챕터 2’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릴 계획이다. 멤버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시간이자 향후 방탄소년단이 ‘롱런’ 하는 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단, 소속사 빅히트 뮤직 측의 입장대로 중요한 건 BTS의 이번 결단이 어디까지나 팀의 롱런을 위한 중단(쉬어감)이지, 멤버들의 성장만을 위한 해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찢어져봐야 붙일 줄도 알게 되지 않겠냐"는 제이홉의 말처럼 그것은 향후 다시 모인 BTS의 더 나은 시너지를 위한 "건강한 플랜"이었다. 실제 회식에서 개인 시간을 너무도 간절히 원한다는 제스처를 취한 RM도 결국엔 "방탄소년단을 오래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가 RM으로서 오래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그가 밝힌 독립 의지의 목적, 취지였던 것이다.


자, 이렇게 BTS의 활동 중단은 기정 사실이 됐다. 남은 건 이후 멤버들의 행보다. 팬들은 잘 알고 있듯 RM과 슈가, 제이홉은 각자의 음악적 갈증을 이미 믹스테이프로 풀어낸 바 있어 아마 가장 빠르고 전면적인 솔로 활동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그리고 도약의 조짐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첫 번째 믹스테이프를 미국 음악지 스핀(Spin)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힙합 앨범 50'에 올려놓은 RM의 경우 해당 믹스테이프를 다시 손봐서 공식 발매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일관성 없는 다양한 장르"를 기조로 스스로 영향받은 나스와 에미넴, 하루키와 카뮈를 자신의 음악 안에 녹일 수도 있다. 모든 소스와 길은 열려있다. 이제 선택은 RM의 자유다.


하지만 시기상 솔로 앨범을 가장 먼저 신고할 멤버는 제이홉으로 보인다. 그는 BTS 안에서도 다수 곡의 작사와 프로듀싱에 참여했고, 가장 다채로운 색깔의 믹스테이프를 내놓으며 남다른 음악성까지 증명했다. 또한 춤과 , 노래를 혼자서 소화할  있는 것도 제이홉의 능력  하나다. 현지 시각으로 7 31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에서 맡을 것으로 알려진 헤드라이너 무대에서 그가 자신의 개인 신곡을 발표할지,  전에 솔로작을 내고 해당 축제에 임할지가 현재로선 가장  변수다. 한편에서 기타와 건반, 화성학에 영어와 일어까지 공부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슈가도  자신이 BTS 가장 중요한 음악 동력인만큼 차곡차곡 자신의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같다. 광고음악까지 언급하고 있는  보면 슈가의 최종 목적지는 역시 단순 래퍼나 가수를 넘어 음악을 만들고 배경을 조율하는 프로듀서에 다가가 있다.   



방금 말한 세 명은 BTS의 글로벌 인기를 설명할 때 비교 대상이곤 했던 비틀스(비틀스는 심지어 방탄소년단과 'BTS'라는 약칭마저 같다)에 견주자면 존 레논이요 폴 맥카트니이며 조지 해리슨이다. 비틀스 해체 이후에도 개인 앨범들로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준 저들 세 싱어송라이터의 사례가 RM, 슈가, 제이홉의 행보에 부분 또는 간접적으로 빙의되리란 얘기다. 그럼 나머지 멤버들은 창작력 면에서 비교적 미숙하게 여겨졌던 링고 스타에 머물 것인가? 그건 또 아니다. 지난 회식에서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을 밝힌 뷔는 과거 RM과 '네 시(4 O'clock)'라는 곡을 쓴 적이 있는 만큼 자신도 얼마든지 홀로 설 수 있는 멤버다. 아델의 'Someone Like You' 커버를 비롯해 BTS의 'Stigma', 'Singularity'에서 그의 노래 실력까지 감안해본다면 뷔는 앞선 세 사람과 비슷한 때 '김태형'이라는 독립의 깃발을 팝계에 언제든 꽂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We Don't Talk Anymore'를 함께 부른 지민과 정국도 차근차근 솔로 활동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민은 슈가에게 피처링 제안까지 해둔 상태로, 지금도 계속 곡 작업을 하고 있다고. 과연 BTS를 잠시 떠나 자신에게 아이돌을 결심케 한 비(Rain)처럼 홀로 설 수 있을지, 'Lie'와 'Serendipity'에서 들려주고 보여준 짜릿한 노래와 춤을 자신의 음악에도 이식해낼지, 한창 고민이 많을 그다.


그러나 그런 지민도 언제 자신의 음악을 발표할지는 모른다. 반면 정국은 슈가 다음에 낼 것 같다고 비교적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했다. 팬송 'Magic Shop'을 만든 그는 어쩌면 저스틴 비버, 애덤 리바인(마룬 파이브), 찰리 푸스 같은 기존에 자신이 커버한 아티스트들에게서 음악적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글쎄, 결과물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끝으로 멤버들 중 가장 막연한 솔로 계획을 가진 사람은 진이다. 음악에 관해선 "곡을 받고 있다"는 소극적인 근황만 전한 그는 애초 자신이 하려 한 배우로서 미래에 대해서도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고 여지를 둬 팬들을 헷갈리게 했다. 물론 현재로선 배우 생각은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니 언제가 되더라도 진 역시 솔로 곡 하나쯤은 반드시 내놓을 것으로 본다. 자칫 RM, 슈가, 제이홉에 비해 솔로 아티스트로서 덜 평가될 수도 있을 이들이 테이크 댓의 로비 윌리엄스나 엔싱크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이것저것 다 떠나 BTS의 활동 중단 자체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멤버들의 군입대를 앞둔 소속사의 경영상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 것 같은" 케이팝 아이돌 시스템을 지적한 RM의 발언과 BTS는 "혹사당하는 백만장자"였고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자 전략적 국가 자산"이었다고 일갈한 영국 유력 일간지 타임스(The Times)의 논평과 맞물려 지금 상황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필자 역시 지난 회식 영상을 통한 이들의 활동 중단 선언에 회사 측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최종 결정은 개인들의 몫이었을 테다. 그렇게 챕터1을 증명(Proof)했으니 이제 방탄소년단에게 남은 건 일곱 발의 총알(Bullet). 장전의 때는 저마다 다를지언정 모두의 명중을 바라는 아미들의 바람은 하나일 것이다. 그들의 '챕터2'가 궁금하다.



* 이 글은 ize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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