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대 Jul 05. 2015

조용필 - The Dreams

가요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다

규정과 정의는 어느 한 개념과 사람을 벗어나기 힘든 틀 안에 가둘 수 있다는 데서 위험하다. 조용필이라는 뮤지션에 있어 가왕(歌王)이라는 별칭 역시 그렇다. 이는 일반인들에게 조용필이 단순히 노래만 잘 하는 말 그대로 ‘가수의 왕’이라는 뜻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데서 한계적이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조용필은 가수를 넘어 천생 뮤지션이고 때문에 노래만 잘 하는 것이 아닌, 작곡과 사운드 제조에 있어서도 탁월한 감각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사운드 제조’인데 13집 [꿈](1991)은 7집(1985) 때 이미 한 차례 결실을 맺은 이른바 ‘대중음악 선진국(미국)의 기술과 연주의 한국적 이식’을 완결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가 수록된 80년 데뷔작 때부터 핑크 플로이드를 응용한 전적이 있는 조용필에게 이는 어쩌면 필연 또는 숙명 같은 과제였을지 모른다. 


최상의 팝 사운드로 곡들을 빚어내기 위해 조용필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위대한 탄생 대신 미국의 내로라하는 세션맨들을 기용하는 강단을 내렸다. 데이비드 포스터와 함께 곡을 썼고 조지 벤슨, 패티 라 벨, 케니 로저스, 시카고, 셀린 디온 같은 유명 뮤지션들의 앨범에 관여한 톰 킨(프로듀서, 키보드), 2012년 11월 내한공연을 펼치며 국내 프로 기타리스트들을 좌절케 한 막강 테크니션 마이클 랜도(기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퀸시 존스의 메인 베이시스트 닐 스투벤하우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를 쳤고 다프트 펑크의 걸작 [Random Access Memories]에서 사실상 메인 드러머였던 존 로빈슨 같은 ‘선수’들이 그런 조용필의 의지에 따라 한 자리에 모여 말 그대로 “한국적인 미국 음악”을 선보였다. 철옹성과 같은 영미권 팝에 대한 국내 뮤지션들의 오래된 열등감이 되레 자극이 되어 조용필은 자신이 쓴 한국형 멜로디와 김선진이 폭넓게 거든 한국 정서의 가사를 무기로 이런 화려한 결과물을 7집 이후 한 번 더 우리에게 들려준 것이다. 도회적 감성의 끝을 들려주는 첫 곡 ‘꿈’은 그래서 타이틀 곡으로서 의미와 더불어 조용필이 그토록 바랐던 ‘팝 사운드로 만든 가요’라는 꿈을 이룬 결과물이었다.

 

그 외 뉴웨이브 트랙 ‘꿈꾸던 사랑’, 팝 거죽을 걸친 한국형 발라드 ‘기다림’, 톰 킨의 키보드가 곡을 리드하는 ‘꿈의 요정’, 헤비한 ‘아이마미’, 마이클 랜도의 멋진 솔로를 들을 수 있는 ‘추억이 잠든 거리’, 지금도 조용필의 히트곡으로 늘 거론되는 라틴 팝록 트랙 ‘장미꽃 불을 켜요’ 등 [The Dreams]는 조용필의 개인 만족을 넘어 한국 가요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90년대의 대표 명반으로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N.EX.T - Hom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