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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ug 28. 2022

브래드 윌크

Rage Against The Machine, Audioslave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TM)과 오디오슬레이브에서 주요 커리어를 쌓은 브래드 윌크는 여백을 중시하는 드러머다. 그는 먹잇감을 찢어발기는 맹수의 살기보단 그 먹잇감을 노릴 때 번져 나오는 서스펜스를 내뿜는 쪽에 더 가까운 플레이를 들려줬다. RATM이든 오디오슬레이브든 모든 곡은 그런 브래드의 리듬으로 추동된다. 즉, 라이드 심벌을 크래쉬 심벌처럼 울리며 음악을 널뛰게 하는 그의 플레이는 두 밴드에서 늘 동력의 근원이었다. RATM의 1집과 3집의 첫 곡들('Bombtrack'과 'Testify'), 2집의 'Bulls On Parade', 그리고 오디오슬레이브의 'Cochise'를 들어보라.


브래드의 드럼 연주는 언뜻 단순하게 들린다. 그의 드러밍은  밴드의 스타일에 맞춰 거의가 차분한 미드 템포에 갇혀 있었다(미드 템포 헤비니스의 전설인 블랙 사바스가 자신들의 파이널 앨범에 브래드를 초대한  그래서 필연에 가까워 보였다). 때문에 그는 드러머로서 이렇다  기교를 뽐낼 여지를 확보할  없었다. 그러나 그게 흠이   없다. 아니, 차라리 브래드는 기교보단 그루브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플레이어로서 도미닉 하워드나 채드 스미스와 견주는  마땅했다. 실제 나는 브래드만큼 정박을 맛있게 치는  드러머를 여태껏 보지 못했다. 그렇게 단순한 세팅(RATM 1집에선 베이스 드럼과 스네어, 플로어 탐만으로  폭발적인 바운스를 일궈냈다)으로 그처럼 풍만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리듬 메이커를 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단순하기로 소문난 그의 드럼 킷은 이후에도 탐을 하나  놓고  놓고 정도에서 변화였다. 브래드만 찰지고 펄떡이는 그루브는 과유불급에 기반한 드럼 킷과 플레이에 기반했다.


RATM과 오디오슬레이브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톰 모렐로의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그렇다고 브래드의 연주가 단순히 거기에 묻어가는 건 아니다. 그는 밴드의 정치 성향이나 파워 게임에 무관심했다. 물론 두 밴드가 일관되게 가져간 한정된 리듬 패턴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런 차이와 불평 대신 그는 어떻게 곡들 안에서 자신이 살아남을지만을 고민했다. 그 열쇠는 터치의 완급, 연주의 균형이었다. 'Take The Power Back'과 'Settle For Nothing' 같은 곡에서 이글거리고 폭발한 뒤 다시 가라앉는 브래드의 드라마틱 드러밍은 그래서 중요하다. 'Bullet In The Head'와 'Vietnow' 같은 곡들도 그렇고 'Freedom'에서 림숏과 카우벨로 썰어나가던 리듬이 일으키는 거대한 화염, 상단의 자욱한 공백과 하단의 뻑뻑한 베이스 드럼이 치받는 'Born Of A Broken Man'의 저글링 같은 클라이맥스에서 그런 극적 리듬 절이기는 비로소 절정에 이른다.




또 하나, 브래드의 드러밍은 겸손하다. 그의 연주는 기타와 베이스, 랩(노래)을 정확히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걸 알게 모르게 한다. 우쭐대지 않고 무심하다. 하지만 본인이 제아무리 무심해도 RATM과 오디오슬레이브의 소리 자체가 태생적으로 두껍지 않기 때문에 드러머의 역할은 어쩔 수 없이 겉으로 드러나곤 한다. 요컨대 두 밴드에서 드러머는 숨을 수도 없고 숨어서도 안 된다. 전면에 나설 듯 후방에서 망설이는 브래드의 드러밍은 바로 그 밴드의 사운드적 특성 또는 한계에서 주어진 소극적 임무처럼 보였다. 'Wake Up'에서 템포 체인지 후 전쟁 같은 반격에 깃든 긴장과 역동이 다 그 간발의 주저에서 나왔고, 'Like A Stone'과 'Be Yourself'가 지닌 안정감 역시 숨은 듯 드러난 브래드의 그 치밀한 균형 감각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브래드의 리듬은 팀플레이에 따른 희생정신의 산물에 가까웠다. 그의 드러밍은 보컬과 함께 두 밴드의 음악적 핵심인 톰 모렐로의 리프와 솔로가 잘 자라 뻗어나갈 수 있도록 토양이 되고 길이 되어준다. 아울러 들썩이고 덜컹거리는 그만의 그루브에는 세련미와 야성미도 공존한다. 서둘지 않되 그가 만든 리듬의 끝에는 또한 약속된 파괴가 도사리고 있다. 'Know Your Enemy'와 'Original Fire'의 펑키 그루브, 'Killing In The Name'의 뜨거운 긴장, 'Mic Check'에서 꽥꽥대는 톰의 기타에 맞서는 셰이크 리듬이 좋은 예들이다.


브래드 윌크는 분명 록 드러머이지만 그의 드러밍을 그렇게만 한정 짓는 건 부당하다. 브래드의 플레이에선 펑크(Punk)와 펑크(Funk)가 동거하고 하드록과 랩이 뒤엉킨다. 그는 힙합을 만난 존 본햄이었고 하드록을 하는 제임스 브라운이 손짓한 찰리 와츠였다. 톰 모렐로가 프로피츠 오브 레이지(Prophets Of Rage)까지 브래드와 동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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