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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pr 08. 2016

Weezer

Weezer(The White Album)

    

네 번째 셀프 타이틀 앨범(위저가 ‘weezer’를 냈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남발’이다. 남들은 한 번 낼 때도 숙고를 거듭하는 셀프 타이틀을 위저는 벌써 네 번째 쓰고 있다. 음악 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데뷔할 때 딱 한 번 쓰는 것으로 알려진 셀프 타이틀을 위저의 리더 리버스 쿼모는 그야말로 '만끽'한다.(비틀즈도 그러지는 않았다.) 블루, 그린, 레드, 그리고 화이트. 이것부터가 재미있는 위저의 신보다.

‘응답’을 구하며 어떻게든 그 때로 가려하는 대한민국의 분위기를 위저도 따르는 중이다. 위저의 역대 앨범들 중 가장 긴 제목을 자랑하는 지난 앨범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에 이어 이들은 그 유명한 ‘90년대’를 향해 오늘도 내달린다. 이른바 ‘비치 보이스 그런지 팝’이라 부르는 그 거칠고 어여쁜 사운드와 멜로디를 위저는 2000년대가 16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되부르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의 팝 펑크 밴드 알리스터(Allister)의 보컬 겸 베이시스트 스콧 머피와 리버스 쿼모의 프로젝트 스콧 앤 리버스(Scott & Rivers)의 ‘California’를 뿌리로 삼는 첫 곡 ‘California Kids’, 그리고 비치 보이스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Girl We Got A) Good Thing’을 들어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두 번째 싱글 ‘Do You Wanna Get High?’와 세 번째 싱글 ‘King of the World’도 마찬가지. ‘Pinkerton’과 첫 번째 셀프 타이틀 앨범이었던 ‘Weezer(The Blue Album)’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기타 톤과 멜로디는 이들이 셀프 타이틀을 자신있게 남발하는 다른 이유를 들려준다. 보통은 ‘시작’과 ‘변화’를 염두에 둔 셀프 타이틀이지만 이들은 ‘답습’과 ‘회귀’를 바라는 셀프타이틀이라는 얘기다. ‘자기복제’가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 ‘L.A. Girlz’ 같은 곡을 들으며 나는 그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망설여진다. 음악은 코드 진행 전에 분위기인데, 그리 따지면 위저도 옛 스타일을 우려먹는 ‘괘씸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90년대의 위저’는 팬들이 위저를 사랑하게 된 이유였고 지금도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때문에 ‘Weezer(The White Album)’를 부정한다는 건 그 때의 위저를 부정한다는 얘기이고, 위저 자체를 부정한다는 뜻과 같다.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위저는 계속 과거를 지향하고 변화를 지양하는 중이다. 변화와 고수 사이에서 갈리는 호불호는 모든 예술 작품들이 떠안아야 할 숙명 같은 것. 위저는 그 중 후자를 택한 것이고 호불호는 이번에도 당연히 갈릴 것이다. 물론 나는 변함없는 위저를 좋아한다. ‘Make Believe’ 같은 앨범을 낼 수 없을 바엔 차라리 계속 이런 아름다운 답습을 해나가길 위저의 오랜 팬으로서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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