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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Apr 08. 2016

권나무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권나무는 자신의 2집이 “정서와 라이브 느낌을 강조한 앨범”이 되리라 예고했다. 첫 곡 ‘솔직한 사람’의 휘파람과 ‘너를 찾아서’의 큼지막한 톤 메이킹이 라이브 느낌의 전조라면 ‘그대가 날 사랑해준다면’의 서정은 아마도 그가 말한 ‘정서’일 것이다. ‘노래가 필요할 때’와 ‘어릴 때’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전작에 이어 1년 여 만에 돌아온 권나무. 그의 음악은 여전히 동요 같고, 그의 시는 애닯도록 조곤조곤하다.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 사이 소통을 위해 권나무는 이렇게 또 한 번 자신의 이야기를 뭉툭 썰어내 우리 앞에 툭 내던졌다.

그의 이야기는 곡들 마다에 점점이 박힌 바이올린 선율 만큼이나 깊고 느긋하다. 깊어서 생각을 부르고 느긋해 휴식을 부른다. 권나무의 음악을 듣는다는 건 그래서 결국 쉬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과 같다.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더 이상 자연스럽게라는 말에 기댈 수 없는 시간을 만난다는 그의 말장난 같은 깨우침(‘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이 들은 이의 뇌리에 계속 떠도는 이유도, ‘이건 편협한 사고’를 잇는 ‘물’의 사유가 듣는 사람들 각자 입장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다 그런 생각의 쉼터에서 비롯된 것이다. 10분19초짜리 대곡 ‘어두운 밤을 보았지’로부터 나풀나풀 날아 멜로디 꽃을 활짝 피우는 ‘선택의 문제’는 그 쉼터에서 마주친 샘터 같은 곳이리라. 밤을 좋아했지만 괴로운 것들은 꼭 밤에 찾아온다는 그의 말이 오롯이 그의 음악 안에 자리한 모습은 때문에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별다른 수사 없이 날 것으로 심장을 때리는 느낌을 주어 좋았다는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와 시나위의 ‘서커스’에서 나는 아니나 다를까 권나무 음악의 본질을 본다. 산울림과 비틀즈와 트래비스에서 ‘포크’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길을 선택한 권나무가 조용히 도시를 가로지르는 진주 남강 곁에서 20대 청춘을 보낸 일 역시 생각보다 뜻 있는 영감으로 그의 음악 안에 스리슬쩍 반영되었을 것이다.(‘나의 노래’를 들어보자.) 

드림 씨어터의 ‘Another day’와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를 부르며 시작한 ‘밴드 보컬’에서 콜드플레이의 ‘Yellow’와 트래비스의 ‘Turn’을 커버하며 ‘포크 가수’로 자신의 운명을 튼 권나무. 하지만 그는 2집을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었다. 꽂히는 영감도, 기우는 감정도, 들뜬 사랑도, 처연한 슬픔도, 그 무엇도 느낄 수 없어 당황스러웠던 시간을 그는 얘기했었다. 물론 그 고민은 고민에서만 그쳤기에 지금 새 앨범이 우리 앞에 있을 테지만 어쨌거나 권나무는 생각으로 생각을 지우려는 싱어송라이터처럼 보인다.(‘화분’) 자신만의 생각과 노래(목소리)를 버릇처럼 강조하는 그의 일관된 뮤지션 철학에서 믿음직스런 ‘고집’을 보게 되는 것도 다 그런 생각의 과잉과 생각의 정리에 스민 균형 때문일지 모른다. 우연일까. 이 작품의 마지막 곡 제목은 다름 아닌 ‘아무것도 몰랐군’이다. 허허로운 생각들. 이게 바로 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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