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먼시 버턴힐 <Year Of Wonder: 1일 1클래식 1기쁨>
'Year Of Wonder'라는 영어 원제를 가진 이 책의 의미 또는 가치는 '1일 1클래식 1기쁨'이라는 한글 부제 속에 모두 들어있다. 1년 365일 하루 한 곡씩 클래식을 들어보자는 이 책은 누군가의 탄생과 죽음, 어떤 곡이 완성됐거나 초연된 날짜를 명분으로 책을 펼치는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클래식의 클래식을 하나씩 들려준다. 또한 이 책은 그간 남성 천지로만 알려진 클래식 세계에 위대한 여성 작곡가들도 엄연히 있었다는 걸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데, 프랑스 작곡가 제르멘 타이페르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매일 펼치게 하는 힘은 작가와 방송 진행자, 저널리스트를 겸하고 있는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의 압도적인 내공과 그 내공에 기반한 깊고 쉬운 문장들 때문이다. 곡당 길게는 한 페이지, 짧게는 두 세 줄로 마감하는 그의 글은 '짧고 굵은' 글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글은 어떻게 써야하는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래, 명색이 플레이리스트 '책'이라면 이 정도 수준은 돼야지. 나 역시 추천과 역사, 지성과 교양을 어우르는 '대중음악의 365일'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물론 버턴힐 정도의 내공과 감각까진 아직 갈 길이 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