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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Nov 17. 2022

데스메탈코리아120-123: 터보 외

* '데스메탈코리아'는 일본 작가 미즈시나 테츠야가 쓴 <한국메탈대전: 데스메탈코리아>를 번역한 것입니다. 한국 헤비메탈 팬들을 위한 이 번역은 책에서 다룬 마지막 앨범 [At The Kill]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터보(Turbo)

[Turbo] (1994, Metal Force)




나티(Naty)의 김상수(보컬/기타), 허준석(베이스) 두 사람이 안동원(드럼)을 영입한 트리오 라인업으로 발표한 터보의 유일한 앨범. 나티와 마찬가지로 억센 스래쉬 메탈이지만, 모리스 라벨의 발레 음악 'Bolero'를 커버한 연주곡을 앨범 머리에 배치하는 등 다소 기발한 어레인지도 펼치고 있다. 특히 밴드 이름을 제목으로 쓴 두 번째 트랙에선 퓨전 양식을 선보이는가 하면, '거친 남자는 춤을 모른다' 같은 트랙에선 프로그래밍과 혼(Horn) 느낌의 신시사이저를 도입하는 모습도 보인다. 스콜피온스를 스래쉬 문법으로 해석한 'Can't Get Enough'와 한국어 가사를 쓴 '무죄', 'Peace After Life'는 완성도가 특히 남다르다. 일곱 번째 곡 'Desperado'는 앨리스 쿠퍼를 커버한 곡이며, 마지막 곡 '팔도유람'은 트로트다.



도깨비(Tokkaebi)

[天文] (2000, Culture Tank)




한반도 옛이야기에 나오는 요괴 이름을 팀명으로 쓴 데스메탈 밴드의 데뷔작. 이 앨범을 낸 당시엔 4인조였지만, 현재(2018년)는 트윈 기타 체제의 5인조로 활동 중이다. 고대 천문학은 음양오행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고대 중국 점술에선 '천문'이라는 말 자체가 '주문(呪文)'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재킷 아트워크에 묘사돼 있듯 첫 곡 '천지부모내조아'와 다음 곡 '수호신령내조아' 등 곡들의 독특한 제목은 점쟁이가 소리내어 읽거나 부적에 적는 주문으로 보면 맞겠다. 불길한 올드스쿨 데스메탈 사운드에 독고수아(보컬)의 저주 같은 창법, 요소마다에 때려넣는 블래스트 비트가 뒤엉겨 몹시 사악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전해온 음양오행 사상이 구석구석 뿌리 내린 한국형 데스메탈이다.



투견(鬪犬, Tugyon)

[죽일까 살릴까] (2013, 미러볼뮤직)




씨드(Seed) 출신의 김창유(보컬), 토론토 출신 한국계 캐나다인 시드 리(Sid Toledo Lee, 기타), 그리고 타악 연주자 구성모 등 6인조 스토너/스래쉬 계열 밴드의 첫 작품. 팀 결성은 1997년까지 거슬러 가지만 중간에 10년을 쉰 탓에 공식 데뷔작은 이 앨범이 맞다. 90년대 모던 헤비니스와 토착적 프레이즈를 구사한 사운드로, 김창유는 마치 시대극 배우처럼 곡을 불러젖힌다. 2번 트랙 'Fair Game'은 현대 한국 사회를 조선의 신분제 사회에 견주어 풍자한 곡이고, 세 번째 트랙 'Confront'와 다음 곡 '오메' 등은 밴드가 결성 초기 탐닉한 콘(Korn)의 영향이 남긴 흔적이다. 밴드는 2017년 8월 일본 '오키나와 하드코어 드렁커'라는 이벤트에 출연한 적도 있다.



마귀(魔鬼, Magwi)

[Devil Circus] (2007, Jusin Productions)




전신 밴드 아벨(Abel)에서 따지면 90년대 말부터 활동한 브루털 데스 메탈 밴드의 두 번째 작품으로, 사실상 굿바이 앨범이다. 'Dark Lady', 'The Little Soul Seller' 등은 포복하듯 꿀꿀이 보컬과 스크리밍이 교차하는데, 잘게 썬 리프&블래스트 비트는 블랙메탈 느낌을 준다. 실제 앨범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어 가사 곡들은 블랙메탈이 으레 들려주는 사타닉한 내용으로, 특히 마지막 곡 'The Samurai Never Die'에선 '사무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따로 흥미롭다. 오딘(Oathean)의 김도수(기타)가 프로듀서를 맡았고 한국 하드록/헤비메탈계의 중진인 블랙 신드롬의 김재만(기타)이 믹스를 도왔다. 마스터링 역시 김재만이 세운 카미 스튜디오(KAMI Studio)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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