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박은우
이 노래는 일상의 이별을 다루고 있다. 일상의 이별은 '냄새'와 '색감'을 담지한 헤어짐이다. 다수에겐 흔할지언정 개인에겐 잊을 수 없는 구체적인 아픔이다. 건반과 현악의 도입부는 그래서 매일 맡는 새벽 공기 마냥 스산하다. 이어 들어오는 이별한 자(박은우)의 목소리. 의외로 담담하다. 담담해서 더 슬프게 들린다. 하지만 담담해 보이는 그 슬픔에는 분명 결이 있다. 곡의 중앙에서 곡을 부풀리는 스트링의 구성(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은 마치 그 슬픔의 단계를 하나씩 꺼내보이기 위한 음악적 장치처럼 느껴진다. 발라드의 낭만을 절정으로 이끄는 드럼과 베이스가 어느새 가수 곁에 와있고 발라드의 눈물을 지배하는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한발 뒤에서 그 가수가 손꼽아 바라는 재회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그 사이 조금씩 자라던 스트링은 이 부당한 이별을 되돌리기 위해 곡의 마지막에서 하염없는 멜로디의 입김을 뿜어낸다. 겨울의 이별 발라드. 노래를 쓴 김소은과 노랫말을 쓰고 부른 박은우는 아마도 이 전제를 가슴에 품고 창작의 여정을 시작했으리라. 따뜻한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