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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03. 2016

Santana - IV

45년 만의 오리지널

이름 깨나 날리는 기타리스트들에겐 예외 없이 자신만의 톤과 손버릇이 있다. 그 사람을 보지 않고도 음악 팬들은 듀언 올맨과 라이 쿠더의 손버릇 차이를 대번에 알아챌 수 있으며, 팻 메스니와 조지 벤슨의 기타 톤을 또한 단박에 구분할 수 있다. 카를로스 산타나도 마찬가지다. 굳이 ‘Europa’라는 명곡에서가 아니어도 산타나의 스타일은 그가 무슨 곡을 연주하든 그를 아는 사람들에겐 이미 익숙하다. 가령 커버 앨범이었던 2010년작 ‘Guitar Heaven’에서 우리는 크림과 밴 헤일런, 딥 퍼플과 레드 제플린, 지미 헨드릭스와 제프 벡이 어떤 식으로 산타나의 것이 되는지 분명히 확인한 바 있다. 그는 누구와 연주를 하든, 또 누구의 곡을 연주하든 자신만의 기타 톤과 주법으로 스스로를 증명해내는 이른바 ‘장인’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다.

그 유명한 1969년 우드스탁 이후 47년이, 당시 나이 17세였던 닐 숀(기타)이 처음으로 산타나를 만난 ‘Santana III’ 이후론 무려 45년이 흘렀다. 그리고 45년 뒤 네 번째(IV) 산타나가 기지개를 켰다. 카를로스는, 장르를 가리지 않은 각종 ‘피처링’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지난 상업적 행보를 접고 밴드 산타나의 23번째 앨범을 47년 전 우드스탁 클래식 라인업 재결성과 닐 숀이 처음으로 참여한 앨범의 다음 작품이라는 뜻에서 앨범에 ‘IV’를 붙여 마감했다. 조지 해리슨을 커버하는 산타나도 좋지만 역시 팬들이 원한 건 콩가와 팀발레스 위에서 하몬드 오르간과 밀담을 나누는 카를로스 산타나의 기타였을 터. 2년 만에 돌아온 산타나의 신작은 그렇게 45년이라는 세월의 벽을 보기 좋게 허물고 확신에 찬 연주와 사운드라는 또 다른 벽을 보란 듯이 쌓았다.

이 앨범의 가치는 단연 전곡이 산타나의 것이라는 데서 나온다. 두왑/소울 그룹 아이즐리 브라더스의 로날드 아이즐리가 두 곡에서 목소리를 빌려준 것 말곤 다른 피처링도 없다. 작품은 온전히 산타나의 것이고 산타나의 뜻대로 흘러간다. 숱한 명인, 명팀들이 거쳐간 필모어 이스트 콘서트 홀이 떠오르는 ‘Fillmore east’와 대중의 사랑이 예상되는 ‘Suenos’의 쓸쓸함이 한 편에 있는 반면, 펑키한 ‘Freedom in your mind’와 풍성한 정글 리듬에 기타의 운치가 스민 ‘Echizo’ 같은 옛 흥분이 다른 한 켠에 자리해있다. 이는 느리게 블루스를 경배하는 ‘Blues magic’과 ‘Leave me alone’의 팝 성향이 마주한 모습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이 음반 속 균형이자 안배다. 모든 것이 지난 세월을 비웃듯 우직하고 날쌔며 또한 향기롭다.


이젠 스스로가 비르투오소(Virtuoso)가 된 닐 숀의 제안이 있었고 과거 영광을 재연하려 한 카를로스 산타나의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III’에서 ‘IV’ 사이에는 사람들의 숱한 추측과 해석보다 훨씬 더 많은 뜻이 아마도 담겨 있을 것이다. 단순히 10대였던 닐 숀이 환갑을 넘겼다는 시간의 흔적 외에도 그 사이 있었던,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산타나의 음악 행보를 단 한 장으로 정리하는 행위. 이 앨범의 의미는 바로 그 행위로부터 비롯되어 그 행위 안에서 다시, 연기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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