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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는 인간의 분노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by 김성대
굶주림과 분노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소설은 악몽과도 같았다. 톰 조드는 마르크스식 '배회하는 유령'이었고 자본주의가 품은 오류는 철저하게 가지지 못한 자들을 옥죄었다. 공동체는 무너졌고 무너진 공동체는 마지막 로저샨의 '젖'으로 다시 일어날 듯 보였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나지만 공동체는 다시 시작인 것이다.


대공황과 1차 세계대전의 여파는 이 소설의 배경이지 주제는 아니다. 주제는 인간이다. 더 정확히는 배고픈 인간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할 때 그 배고픔은 분노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사회구조의 부당함 따윈 모를 일이다. 당장 굶주리는 인간 앞에 빵보다 중요한 건 없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이고 사산의 충격과 홍수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미국은 한때, 그리고 현재도 부분적으론 풍요의 상징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미국, 이런 미국인들의 삶도 있었다'고 이 작품은 조용히 울부짖는다. 모든 상식이 진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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