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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un 22. 2023

왬!의 반쪽, 앤드류 리즐리의 회고록


이 책은 한마디로 그리스(조지 마이클)와 이집트(앤드류 리즐리)의 피가 만난 이야기다. 그 만남은 이그제큐티브를 거쳐 왬! 결성으로 이어졌고 이 책은 그 왬!이 겪은 공식, 비공식 이야기를 팀 멤버 중 한 명인 앤드류의 입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가령 모범생이었던 미래의 슈퍼스타 조지에게 엔터테인먼트계 진출의 멍석을 깔아준 인물이 앤드류였다는 사실을 당신은 책을 읽어나가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다. 이것이 앤드류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는 건 1986년 6월 28일 토요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른 왬!의 굿바이 공연 때 조지가 앤드류에게 "네가 없었으면 난 이렇게 못했을 거야, 앤디"라고 말한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물론 이 역시 앤드류의 기억이긴 하지만).


  사람이 엘튼 존과 , 조이 디비전을 흠모했다는 사실을 비롯해 'Young Guns' 차트 42였던 탓에  40에게만 허용됐던  오브  팝스에 출연할  없게  뻔했다 기적처럼 나가게  사연,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알린 조지의 커밍아웃, "흥과 에너지가 탄산처럼 톡톡 터졌던" 80년대  명곡('Wake Me Up Before You Go Go') 제목이 실은 스무  앤드류가 엄마에게 일찍 깨워 달라고 냉장고에 붙여둔 메모에서 영감 받은 , 해당 곡의 새하얀 뮤직비디오가 사우스런던 브릭스턴 아카데미에서 수천  팬들과 함께 촬영한 영상에 기반했다는 , 거기에서 멤버들이 입은 티셔츠에 쓰여 있던 'CHOOSE LIFE'라는 슬로건이 패션디자이너 캐서린 햄넷이 창조했다는 사실 등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그 유명한 머슬숄즈 스튜디오에서 조지의 뜻대로 녹음하지 못해 3년을 묵혀두었다 삼(SARM) 스튜디오에서 열한 번째 색소포니스트 스티브 그레고리와 마침내 원하던 소리를 얻은 조지가 'Careless Whisper'를 왬! 2집 [Make It Big]에 싣게 된 이야기, 'Wake Me Up Before You Go Go'와 조지/앤드류가 함께 쓴 'Careless Whisper'를 뺀 2집의 대부분 곡들을 핑크 플로이드가 'The Wall' 마무리 작업 장소로 택한 남프랑스 미라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는 것(2집부터 모든 창작은 조지의 몫으로 넘어간다), 'Everything She Wants' 같은 곡으로 조지가 솔로 활동의 가능성을 탐색한 일과 'Last Christmas'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이야기, 그 싱글이 발매 36주년을 맞은 2021년 1월 1일에 처음으로 영국 싱글 차트 1위로 오른 사연, 선구적이었던 중국 공연,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앤드류가 프레디 머큐리와 마이크 하나로 함께 노래 부르며 겪은 "실존적 혼란", 왬!이라는 파티가 끝난 뒤 앤드류의 삶, 그리고 조지의 동생 멜라니가 2016년 크리스마스에 조지의 죽음을 앤드류에게 알린 일까지 책은 제법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보통 평전과 자서전(회고록)의 장단(長短)은 전문가가 깎아 만든 문장력과 당사자가 들고있는 팩트의 농도에서 판가름 나는 법. 앤드류의 회고록 역시 일기에 가까운 쉬운 문장으로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단 점에서 평전/자서전 세계의 법칙(?)에 비교적 충실한 결과물로 나에겐 읽혔다. 그럼에도 역시 나와 다른 독자들이 궁금한 건 왬! 이후 다른 한 멤버의 이야기일 것이지만 이제 우린 그걸, 적어도 본인을 통해선 들을 수 없게 됐다. 책을 덮고 아쉬운 건 (분량과 디자인에 비해 조금은 과해 보인)3만 원에 가까운 책값과 그 사실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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