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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23. 2016

닉 멘자

#15 ex-Megadeth, Nick Menza

죽기 전까지 공연 중이었던 닉 멘자.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였다고 한다.
처참하다(I'm gutted)
- 데이브 머스테인 -


90년대에 얼터너티브 록과 헤비메탈을 즐겨 들었다. 스매싱 펌킨스와 메가데스를 좋아했고, 스쿨밴드에서 드럼을 배웠던지라 두 밴드의 드러머들을 특히 더 좋아했다. 지미 챔벌린과 닉 멘자. 두 사람은 플레이 스타일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둘은 록 드럼 보다는 재즈 드럼에 더 영향을 받았고, 실제 자신들의 연주에 재즈 리듬을 비밀처럼 새겨 넣었었다. 그래서 그들의 드러밍은 힘과 속도를 중시했던 여타 록 드러머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여유 같은 것이 있었다. 오늘, 그 중 한 명인 닉 멘자가 세상을 떠났다. 떠나도 너무 많이들 떠나는 지난 2년 여. 아무리 한 시대가 기울고 한 세대가 저물고는 있다지만, 이제 겨우 51세인 그마저 떠났다는 소식에 나 역시 데이브 머스테인처럼 "처참"했다.

닉 멘자는 재즈 뮤지션 돈 멘자의 아들이다. 아버지 덕분에 두 살 때 잭 디조넷의 드럼 세트에 앉아볼 수 있었던 그는 헤비메탈 드러머이면서 토미 앨드리지나 이언 페이스 보다 버디 리치와 스티브 갯을 더 좋아했던, 조금은 특이한 록 드러머였다. 닉은 메가데스 4집 ‘Rust in Peace’부터 메가데스 7집 ‘Cryptic Writings’까지 총 4장 앨범에 참여해 메가데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는 ‘Rust in Peace’에서 잘디 잔 리듬들을 빠르고 거친 기타 리프들에 섞으며 헤비메탈 드러밍의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즉흥과 기교의 재즈 드럼에 영향 받은 드러머답게 닉의 드러밍은 ‘경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드러밍은 전면적으로 날랬고 모든 면에서 잽쌌다. 가령 ‘take no prisoners’와 'five magics', 그리고 ‘skin o’ my teeth’의 인트로와 'ashes in your mouth'의 아우트로에서 닉의 그런 습관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의 드러밍에선 항상 집중력이 느껴졌다. 그는 게으름을 모르는 리드머였다.

모든 예술 세계에서 고수들은 끝내 단순해진다. 닉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쉬운 드럼은 쉽게, 어려운 드럼도 쉽게 들리도록 연주하는 드러머였다. 94년작 ‘Youthanasia’에서 닉은 팀플레이를 즐겼다. 데이브 머스테인이 자신의 멜로디 감각을 맘껏 뽐낸 그 앨범에서 사실 드럼은 장식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닉은 자신의 연주에 ‘Countdown to Extinction’ 때만큼 혼신을 쏟았다. 혼신을 쏟았기에 지금도 'reckoning day', 'addicted to chaos', ‘family tree’의 드러밍이 귀에 맴도는 것이리라. 메가데스에서 닉의 유작이 되어버린 ‘Cryptic Writings’에서도 그의 드러밍은 빛났다. ‘trust’와 ‘sin’을 그의 드러밍이 주도했고, ‘disintegrators’에선 그의 하드코어 펑크 드러밍이 진하게 작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메가데스에 닉 멘자가 없으면 안 될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메가데스를 곧 떠난다. 그리곤 다시는 메가데스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팬으로서 많이 섭섭했다. ‘Risk’라는 앨범부터 이후 메가데스 앨범들에 둔감해진 것도 사실 닉 멘자가 팀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닉은 글쓴이를 비롯 많은 메가데스 팬들에게 절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당시에도 지금도 메가데스의 팔다리 같은 존재였다. 크리스 애들러(드럼)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난 지난 메가데스 신보에서 닉 멘자의 연주를 들을 수 있길 바랐다. 아마 많은 팬들이 그러길 바랐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제 다시는 메가데스에서 그의 드러밍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인간의 바람은 한낱 바람에 불과한 것이다. 

방금 ‘holy wars… the punishment due’를 틀었다. 마지막 그를 떠나보내는 길에 이 연주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이다. 촘촘한 리듬 라인, 연유를 알 수 없는 박진감, 밴드 리더를 리드하는 곡에서의 장악력. 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가데스의 기타 리프가 있는 ‘hangar 18’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가데스의 기타 솔로가 있는 'tornado of souls'에서도 마찬가지이니, 그에게 드러머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건 역시 ‘Rust in Peace’였다고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 재즈와 헤비메탈이 절박하게 어울리는 이 유니크한 드러밍을 대체 앞으로 어떤 드러머가 재연할 수 있을지, 나는 그 가능성을 강력하게 유보하고 싶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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