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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28. 2016

그래비티(Gravity)

알폰소 쿠아론(2013)

인간은 불멸하지만 영원하지 않는 우주 속에서 유일하게 죽어야 하는 존재이다.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에서


"이 영화는 미쳤다."


제임스 카메론의 평가는 적절했다. 이 영화는 미친 영화다.


처음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없는" 영화를 어떻게 1시간30분이나 끌고 갈지 나는 궁금했다. 지인들은 "별 것 없는데 재밌다" 했고 그래서 하나 같이 "꼭 보라"고 했다.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은 해냈다.

러닝타임 90분은 9분처럼 지나갔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처럼 시작된 영화는 프리재즈 같은 충돌을 겪고 프로그레시브 록에 버금가는 긴장을 지나 헤비메탈 같은 위기로 이어진다. 그러다 다시 클래식 음악으로, 쿨재즈로, 델타 블루스로 잦아든다. 


난 이 영화를 보며 음악을 들었다. 

표류의 리듬과 호흡의 멜로디.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곳의 정적. 

사라지거나 없는 곳에서 우주의 포효는 피어났고, 우주의 적막은 찢어졌다.

 

2013년 올해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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