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혼 최정우 독주작품집 '사원소론'
다섯 트랙에 74분 3초. 길다. 또 난해하다. 음악도 가사도.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려 했는지 짐작은 가지만, 그 스타일의 완성까진 조금 멀어 보인다.
마치 세션과 세션이 미처 봉합되지 않은 채, 아직 실험 중인 스튜디오에서의 순간들을 급히 앨범에 담아버린 느낌이랄까.
그리고 무언가 모를 과잉의 느낌. 나는 차라리 듣는 사람의 상상을 방해하는 속지 이미지를 줄이고, 현학적인 설명과 가사(노래)는 아예 빼버린 순수 ‘연주 앨범’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만든 이가 물, 불, 바람, 흙을 통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제5원소’를 가시/가청화 하고 싶었다는 게 작품을 만든 의도였다면 더더욱 그랬어야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앨범엔 음악 외 청자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마지막으로 녹음, 믹싱, 마스터링만 뺀 모든 악기 연주 및 노래/프로듀싱을 한 사람이 다 했다는 건(그러니까 '독주집'을 콘셉트로 잡은 건) 글쎄, 잘 한 일일까. 각 분야 전문가들을 데려와 더 단단한 사운드와 연주를 엮어낼 순 없었을지. 너무 많은 걸 혼자 하려 한 탓에 녹음되고 다듬어진 연주들마저 어딘가 산만한 느낌을 준다. 물론 내 구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 건 나인 게 맞지만(그래서 혼자 다 했을 테지만), 타인들의 연주로 자신의 스케치를 근사하게 채색해낼 수 있는 것 역시 훌륭한 프로듀서의 역량이다.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내가 지적한 점들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겐 괜찮은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들릴 수도 있다. 위 감상은 내 것일 뿐이다. 일청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