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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귀환, 이제 아티스트로 거듭날 미래

by 김성대
정국지민.jpg 지난 6월 11일 위버스에서 제대 기념 라이브 방송 중인 정국과 지민. (방송 캡처)


휴전이라는 불안한 평화 아래 있는 대한민국. 그곳에서 태어난 남자 연예인들은 누구나 병역 의무를 져야 한다. 복무 기간은 1년 반이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과거 가수 김민우처럼 3년 공백기를 보내고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핵폭탄급 신예에게 인기를 내줘야 할 만큼의 세월은 아니다. 게다가 ‘군백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금 시대엔 군대에 있으면서도 작품을 내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으므로, 음악가로선 저 시대의 공백과 이 시대의 공백은 밀도 자체가 다른 게 사실이다.


군대는 케이팝의 첨병으로 활약한 BTS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빌보드 차트 정상과 유엔 연설 등을 통해 이룬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멤버들의 복무 면제가 사회 이슈화 된 적이 있지만, 대중은 대중음악 위에 군림해 온 클래식 음악계의 오랜 권위와 혜택만 확인했을 따름이다. 그렇게 일곱 멤버들이 차례로 입대를 했고 지난해 6월 맏형인 진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제이홉을 거쳐 2025년 6월 10일 RM과 뷔가, 이튿날엔 정국과 지민이 자유의 몸이 됐다. 여기에 6월 21일 슈가까지 소집해제 되고 나면 BTS의 길었던 활동 중단 모드도 함께 해제된다.


임박한 이들의 완전체 복귀 시점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에 따라 들썩이는 하이브 주가 뉴스가 벌써부터 들리고 있지만 이 글은 음악을 논하는 자리이므로 ‘BTS 경제 현상’은 논외로 한다. 지난 11일 지민과 정국이 위버스를 통한 제대 기념 라이브 방송에서 “이제는 저희 사라질 일 없다. 꾸준히 좋은 음악 만들어서 나타나겠다”라고 말한 것에서만 봐도 BTS는 모든 전제에 앞서 음악을 하는 보이밴드이고, 따라서 이들의 컴백은 음악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BTS의 음악성은 이들의 군 제대 이전과 이후로 나눠볼 만하다. 그사이 멤버 모두가 솔로 작품을 냈고 저마다 괄목할 만한 결실도 거두었기 때문이다. 스타일(장르) 면에서 팀이 아닌 개인에 맞는 옷을 입어본 멤버들은 이 과정을 거치며 아티스트로서 성숙을 경험했을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돌아올 BTS, 그들이 가져올 음악은 분명 이전과는 다르리란 추측은 때문에 어느 정도 보편적인 예견일 수 있다. 실제 제이홉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모든 멤버들이 솔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성장했어요. 이 모든 게 우리가 BTS로서 만드는 음악에 기여할 겁니다



고로 단순히 이런 예상을 해볼 수 있겠다. RM과 슈가(어거스트 디), 제이홉의 작가주의적 랩 기반 팝에 정국과 지민의 투명한 알앤비/팝, 여기에 진의 열띤 로큰롤과 뷔의 침착한 재즈 사운드가 어울리란 것. 생각해 보자. 이들은 처음부터 공장형 아이돌(factory idol)이 아니었다. 그들은 부분적으로 자신들 음악을 통제해 왔고 데뷔 10주년을 넘기기까지 그 파이를 조금씩 키워왔다. 과거 이들의 정체성이었던 ‘힙합 아이돌’은 하나의 범주에 가둘 수 있다는 면에서 더는 저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아미에겐 잊기 힘들 추억일 ‘학교 3부작’과 ‘청춘 연작’도 이들을 거물로 빚어내기 위한 과정의 틀이었지, 완성이나 종착지는 아니었다. 물론 ‘팔도강산’처럼 멤버의 출신을 밝히는 노래를 굳이 다시 만들 이유도 없다. 고로 BTS의 재결합에선 솔로 아티스트로 성장을 경험한 멤버 간 시너지와, 그 시너지를 업고 확장 증축될 하이브리드 팝이 이들의 음악적 진화를 어떤 식으로 펼쳐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리란 판단이다. 2025 또는 2026년의 완전체는 BTS가 케이팝의 '케이' 너머에 있는 '팝'의 본질, 진수를 탐색하기 위한 두 번째 시발점으로 기록될 확률이 높다.


지난 6월 10일. 영미권 팝계 ‘천재 중의 천재’로 일컫던 브라이언 윌슨이 향년 82세로 눈을 감았다. 브라이언 윌슨이 이끈 비치 보이스는 영국의 비틀스와 함께 당대를 호령한 미국 팝 그룹이었다. 알다시피 비틀스는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BTS를 언급하며 소환한(“비틀스의 환생”) 이름이었고, 영국 BBC가 BTS를 정의 내리며 인용한(“21세기의 비틀스”) 아이콘이었다.


물론 알고 있다. BTS는 아직 비치 보이스나 비틀스만큼의 예술 성취, 역사성을 논하기엔 증명해 내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르 피가로와 BBC가 서둘러 내놓은 저 상찬들도 어쩌면 BTS가 2010년대에 폭발적으로 누린 인기와 영향력만을 목격하고 쏟아낸 과장된 흥분일지 모른다. 어쩌면 BTS를 저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터무니없는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저들이 30년 혹은 반세기 이후 그저 음악 잘했던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만 기억될지, 아니면 훌륭한 명곡과 명반을 앞세운 아티스트 집단으로서 생명력을 이어가게 될지는. 아무래도 그때가 되면 그 시대의 평론가와 음악 팬들이 다시금 구도를 정리할 테니 말이다. 무엇이 BTS의 현실이 되든 모든 건 앞으로 저 일곱 명의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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