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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03. 2022

프롤로그

어떤 직장을 다니든 매번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세상에 사연 하나 없는 사람 없고, 다들 삶의 고통을 일정 부분 묻어두고 산다는 점이다. 사람이란 끊임없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그지 같다고’(이게 어감이 더 살지 않는가), 내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고, 힘든 상사가 있다고…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해도 충분히 안전한 대상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곧잘 한다. 그렇게 자신의 고민과 고통, 아픔, 슬픔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


나는 마음이 힘든 날은 개인 SNS에 회사 욕을 쓰곤 했다. 투정을 부리거나 신경질적인 글을 올렸을 때 나의 상황에 분노해주는 지인의 반응이 당시의 나에게는 꽤 큰 위로가 되었다. ‘아니 내 상황이 이 정도까진 아닌데…’하며 삶의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내가 마음 놓고 회사 욕을 내 SNS에 썼던 건 물론 회사 사람들은 철저히 차단된 ‘비밀계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SNS는 나름의 힘겨웠던 내 직장생활의 비밀 아지트처럼 존재하며 제 역할을 해내 주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시점에서, 이 글을, 이 공개된 공간에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에서 아직 광고회사에 다니는 것이 힘든 점이 꽤 많다는 점을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린 누구나 광고 생산자 혹은 소비자이니까, 적어도 내가 접하는 이 광고라는 것이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 더 기꺼이 보게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도 있다.

또한 광고 생산자가 되고 싶은 수많은 예비 광고인들에게는 마음 준비 단단히 하라는, 경고를 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야근이 많고 불규칙한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그때 같은 선택을 했을까? 물론이다.

하지만 마음의 각오라도 단단히 다지고 입사했을 것만 같다. 광고회사의 삶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일에서 오는, 대체할 수 없는 충족감과 행복이 있었기에 여전히 나 또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처럼 내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팁이 되거나, 공감되거나, 충고가 되거나, 혹은 재미있었으면 한다. 나는 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꽤 좋아하는 광고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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