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기획자는 어떤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툴이 있는것일까? 아니다. 다른 사무직군과 마찬가지로 이메일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 그만큼 이메일은 현업에 있어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 툴이자 스킬이지만,이걸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 소상하게 알려주는 선배를 만나지는 못했다.
대부분 신입사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을 참조로 한 선배들의 이메일을 통해 최대한 따라 하고 공부해보지만 디테일한 부분 부분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모티콘을 넣어도 될지, 강하게 마감을 요청해야 하는데 인사말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이메일 한 통에도 ‘빨리 해 달라는 말’, ‘명확한 피드백을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오랜 시간 고민한 적이 많았다.
수많은 선배의 잘 쓴 메일을 스크랩하여 상황에 맞게 발전시킨 생각은 바로.
하나의 메일 안에 여러 메시지가 있는 글이 있다. 받는 사람이 내 메시지를 모두 캐치해서 하나하나 빨간색으로 표기해가며 대답해 준다면, 그 사람은 정말 착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대부분 일일이 회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나중에 내가 정작 그 답변을 검색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가능한 이메일에 하나의 메시지가 담길 수 있도록 했다. 부득이하게 여러 요청이 담긴 메일이 왔다면, 나눠서 다른 제목으로 회신을 보내곤 했다.
새로운 제목의 이메일을 작성하여 용무를 분리하면, 메시지 내용 중 놓치는 내용도 없고 향후 검색하기도 쉽다. 요지에 맞게 답신을 보내며 일을 나눠 처리하는 효과도 얻었다. 이를테면 메일 안에 3~4개의 미션이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이를 한꺼번에 처리하지 않고 메일 별로 처리를 할 수 있었기에, 처리되어야 할 문제점이나 요지가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좁혀지는 효과가 있었다.
메일을 쓸 때 TO와 CC는 주의해서 써야 한다. 이메일을 받고 일을 처리할 사람은 수신자(TO)로 지정하고, 이메일 내용에 답장하지 않아도 되지만 내용을 공유할 필요가 있는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면 참조자(CC)로 추가한다. TO와 CC가 혼재되어 사용할 경우, 누구에게 행동을 요구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일의 책임 소재가 분명히 지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효과는, 내가 이 일에 대응했다는 증거를 세련되게 남길 수 있다. 팀장님이 과장님께 요청한 업무를, 대리가 맡게 되었다면? 대리가 일하더라도 정작 팀장님은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 그럴 때 유용한 게 CC다. 내 일의 결과를 공유할 때 나는 일을 요청한 선배를 수신자(TO)로, 상위 결재권자인 팀장님을 참조(CC)로 두어 ‘내가 이 일에 대응했음’을 공유해왔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훨씬 더 일을 투명하게 받을 수 있고, 결재권자들도 내가 하는 일을 동시에 알 수 있으므로 그 자체로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숨은 참조는 무엇일까? BCC(Blind Carbon Copy)는 메일에 또 다른 수신자가 있는데, 그들은 숨은 참조자가 있다는 것을 모르게 하고 싶을 때 BCC를 활용한다. 수신자와 참조자 모두 숨은 참조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며, 그들이 전체 답장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숨은 참조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답이 전달되지는 않는다. 광고주 최종 보고 전 임원분들과 대표님에게, 발표할 내용을 메일로 보내 두면 임원/대표님들께 다시 메일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광고주는 임원/대표님의 존재를 메일에서는 알 수 없고, 답장을 보낸다 한들 실무와 1:1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되는데, 제목이 명확하지 않으면 쉽게 지나치거나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되기 쉽다. 가장 읽기 어려운 메일 제목은, 메일의 답장이 계속되며 ‘re) re) re) re…’가 계속되는 경우이다. 제목을 이렇게 작성하게 된다면, 찾고자 하는 내용을 바로 찾기 어렵다. 답장이 계속되는 메일이라 하더라도, 제일 앞단에는 답에 대한 핵심을 명확히 적어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검색하기에도 용이하다.
메일 제목을 쓸 때 나는 여러 광고주를 담당하는 특성상, 괄호 안에 브랜드명을 적거나, 소속 팀명을 적어 내용 전달에 용이하도록 했다.
예시)
[경동나O엔] TVC 30, 15 소재 전달해 드립니다.
[O라] 메이킹 필름 진행 상황 공유해 드립니다.
[OOO팀] 주간 업무 공유 (10/5-10/12)
이렇듯 말머리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메일 본문의 핵심 내용을 적자. 상대방이 다음에 관련된 내용을 검색할 때도 유용하다.
이메일을 보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상대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이에 상대에게 메일의 목적이 쉽게 전달되도록 본론만 간결하게 작성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에는 별도의 강조 표시를 했다.
인사말 : 메일의 첫 문장은 수신인을 향한 인사와 소속을 밝힌다. 상대와 이메일을 처음 주고받는 경우에는, 이름과 직위까지 함께 언급한다.
본문 : 메일을 보내게 된 이유/목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광고주에 방송광고 결과 리포트를 공유하는 경우에도 리포트의 유의미한 수치를 별도 표/문장으로 정리하여 어떤 맥락에서 읽으면 좋을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본다. 번거롭지만 상대의 수고로움을 덜고 말하고자 하는 맥락의 틀을 잘 읽히게 하기 위함이다. 때로는 강조하고 싶은 내용에는 진하게, 텍스트 색상을 다르게 적용해 이메일 본문에도 별도의 표기를 했다. 물론 너무 과하게 적용하면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한두 개의 포인트는 긍정적으로 효과적이다.
맺음말 : 중요한 내용 혹은 마감 기한이 있다면 마지막에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해준다.
대개는‘감사합니다.’, 조금 더 친근한 동료나 선, 후배 사이에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와 같은 가벼운 인사를 적어 이메일을 발송했다.
(참조) 이메일 서명 넣기
이메일을 쓴 사람의 직함과 전화번호,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도록 본문 마지막에 첨부할 수 있는 이미지 서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모든 메일의 서두에 ‘안녕하세요, OOO 대리입니다.’라고 적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메일 마지막 서명에 이름과 직함이 나와 있으면 상대의 부서와 직함을 확인할 수 있다.
첨부파일 역시 이메일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이다. 첨부파일을 보내야 하는 메일에 첨부파일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첨부파일의 이름은 받는 상대의 입장에서 보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부 확인용 파일이었던 '1231 코카O라 1차 리뷰’라고 되어 있던 파일은, ‘[소속회사명] 코카O라 1차리뷰_임원보고용 (1231)’이라 수정하여 보낸다.
회사 네트워크 보안 정책에 따라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 등 클라우드 스토리지에서 제공하는 다운로드 링크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럴 경우 ‘네이버 내게쓰기’ 기능을 주로 이용했는데, 다운로드 링크를 복사해 본문으로 삽입하면 보안 이슈 없이 첨부파일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하기 위해선 별도의 기안지를 작성해야 했는데, 급할 경우 PC를 개인 핫스팟으로 연결하면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할 수 있었다. (와이파이, 무선 LAN 차단한 채로)
참조로, 내가 담당한 클라이언트는 외부 파일 유출을 막기 위해, 파일이 늘 암호화되어있었다. 그래서 메일을 보낼 때 보안을 풀고 보내야 했는데, 회사에 따라 파일의 보안 여부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이 좋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메일 주소나 본문에 오탈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은 중요하다. 한두 번의 오타는 괜찮지만, 습관적인 오타나 첨부파일 누락 등은 그 사람의 업무 신뢰도와 연결되었다. 특히 이름이나 직급, 회사명은 꼭 다시 한번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전화 통화는 녹음하지 않는 이상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기록 확인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메일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일정 파악 및 컨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전화한 내용이라도 메일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에게도 이러한 루틴이 야무진 담당자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전혀 나쁠 것 없다.
신입사원 때를 생각하면, 업무적인 메일이 영 차가워 보여 이모티콘을 메일에 쓰곤 했다. ‘죄송하지만, 클라이언트 요청으로 빨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ㅠㅠ’와 ‘확인한 내용으로 회신드립니다.^^’와 같은 나름 정제된 이모티콘이었지만, 본문에 감정을 입히면 연락이 가벼워 보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수신자에 따라 원하는 메시지 방향과 달리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기획자로서는 조금 더 강단 있어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업무상 주고받게 되는 메일은 대개 요청하는 바가 있거나, 설득력 있는 제안으로 일을 성사하는 것과 같은 목적이 있는 글쓰기다. 심플한 것을 기본 기조로 나의 용건을 알리고, 상대방이 읽기 편하도록 배려하고, 오탈자가 없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파일 전달을 하는 것들만으로도 ‘아, 이 사람은 정말 일을 깔끔하게 하는 사람이구나’고 느낄 수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메일에, 약간의 고민만 넣어 빠른 피드백을 얻어내면 일상적인 메일 쓰기도 꽤 즐겁고 멋진 글쓰기 흔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