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을 읽는 중이었다. 남동생이 자신의 누나에게 새로 만난 여자친구를 묘사하는 내용이었는데, ‘예쁘고 착해.’ 와 같이 추상적인 표현이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섬세하게 조각되고 있었다.
엄청 착하거든. 비둘기. 그래, 꼭 비둘기 같았어. 아냐. 그것만으로 부족해. 찬비를 맞고 떨고 있는 비둘기라고나 할까. 그런 애는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
그러자 문득 궁금해져 남편에게 물었다.
규리 : 나를 보면 어떤 동물이 떠올라? 내 모습을 동물의 어떤 특징으로 묘사해봐.
오빠 : 오리, 그리고 코알라.
코알라는 외적으로 닮았고, 오리는 이유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나왔단다. 읽던 책까지 덮고 오리를 떠올린 이유를 고민하던 남편은 부력의 원리를 깨달은 아르키메데스처럼 기뻐했다.
오빠 : 가만히 있다가 톡 쏘는 게 규리 같아. 잔잔하다가 퐈-삭. 퐈-삭. 막 나를 쪼아. 그게 닮았어.
규리 : ㅋㅋㅋ
오빠 : ㅋㅋㅋ
남편이여, 오리 같은 아내와 사느라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