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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Sep 10. 2023

우리의 결혼식장 선택 과정

영화 <어바웃타임>의 결혼식 장면은 내 마음속 판타지를 키워주었다.


그렇기에 결혼식장을 고를 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랬다.

첫째, 파티 같은 분위기. 둘째, 여유로운 대관시간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모두가 내추럴하게 결혼을 파티 같이 즐기고, 일면식이 없는 내 친구들 그리고 남편의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며 축하를 해주다 서로 눈이 맞아 연애를 시작하는 거다.  그리고 그들이 결혼하게 된다면 그건 또 얼마나 의미 있는가!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뻣뻣하게 진행되는 호텔식 결혼식은 탈락이었다. 그렇게 리스트를 하나하나 결혼식장 리스트를 소거법으로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한강을 배경으로 결혼식을 할 수 있음. 특히 밤에 결혼하면 서울 야경이 매우 예쁨. 결혼식도 210분으로 넉넉하게 진행됨. 하지만 본식은 어두운 홀에서 진행되므로 탈락.


삼청각

전통적인 한옥 건물을 사용하여 고전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좋음. 다양한 한식 메뉴로 어른들의 호불호도 없을 것으로 예상. 하지만, 리모델링 이슈로 원하는 시점에 결혼식 진행 불가하여 탈락.


온즈드룸

작은 규모의 결혼식을 진행하기에 최적. 하지만 수용인원이 2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300명 넘는 하객을 예상하는 우리에게는 부적합.


빌라드지디 청담

러블리한 식장 분위기로 인기가 무척 많지만, 공간이 협소해  하객 일부는 1층 식당에서 따로 식사해야 한다고 하여 탈락.


스테이지28

방문 고객(워킹)에게만 상세 정보를 주는데, 결정할지 안 할지 모르는 베뉴를 위해 방문하는 게 번거로워서 탈락.


라움

파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지만 1억이 넘는 비용을 단 한 번의 파티로 사용하기에는 우리에게 과한 예산이었기에 탈락


이 외에도 트라디노이, 토브헤세드, 브라이튼하우스, 메모리가든 등의 후보군이 있었지만, 어렵사리 최종 결정된 곳은 라비두스였다.


충무로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숨겨진 대문이 있다. 대문이 열리면, 600년 된 느티나무와 400년 된 단풍나무가 맞이한다.


야외 웨딩을 즐기다 저택 내부에서 프라이빗 파티를 즐기고 사람들과 편안하게 인사를 나눌 수 있겠네? 이렇게 라비두스를 보고 나니, 나는 거의 어바웃타임 주인공으로 빙의해 결혼날을 그렸다. 다른 결혼식장은 라비두스를 가기 위해 비교하는 형식적 후보군일 뿐이었다.


그쯤 되면 나는 라비두스에서 결혼해야만 했고, 부모님이 잡아준 결혼날짜에 맞지 않았지만 그 정도는 사랑의 힘으로 감내해 낼 수 있다며, 라비두스에 비는 일정으로 결혼식장을 예약했다.


우리는 5월 어느 날 야외 결혼식을 올렸다.9할은 알콩, 1할은 투닥이며 잘 살고 있다. 9할의 달콤함과 1할의 쌉싸름한 공존과 조화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그리고 있다.


남편과 함께 상의하고 우리가 원하는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한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미 결혼 이후 우리가 그리는 우리 삶에 대한 우리만의 방식을 결정했던 것 같다.


결혼반지의 각인문구를 묻는 점원의 말에 우리가 새긴 그 문구처럼 말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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