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색 없는 것에도 유독 애정을 느끼며 유난을 떠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특유의 섬세함과 디테일로 감성킴(Kim)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둘이 결혼하였으니,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와”를 남발한다.
집 앞에 카페거리와 탄천이 있어 거의 매일 산책을 한다. 동네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산책할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카페거리와 탄천, 자전거 타고 저 멀리 용인까지도… 매번 다양한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산책 시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우리가 왜 이 동네를 좋아하는지 ‘세밀한 언어’로 표현하는 데 있다. 어느 날은 신(新)카페거리의 사람을 관찰하고, 어느 날은 구(舊)카페거리의 상권을 분석한다. 동네 강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날들도 있으며, 동네로 데이트하러 온 사람들이 어느 동네에서 왔을지 추측하기도 한다.
“저 커플 오늘 처음 만난 거 같아. 과연 다음 만남에 성공할까?”
“아주머니들끼리 스티커 사진 찍는 모습도 너무 좋다. 그러고 보면 나이 먹는 게 별거 아닌 거 같아. 마음은 그대론데 몸만 늙어.”
“여기 젤라또 집 생겼네. 이름도 너무 귀여워. ‘아이스걸 크림보이’야.”
시도 때도 없이 눈알을 돌리는 두 사람. 어쩌면 이런 비슷한 두 모습이 우리를 끌어당긴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