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업무는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이다. 내부 결재권자와 광고주의 마음에 들어야 하면서도 그들의 객관성을 충분히 담보해줄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다. 객관성을 담보하는 광고 기획안을 만드는 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쟁사 조사 아닐까.
경쟁사 조사 업무는 광고주 앞에서의 경쟁 PT뿐 아니라, 광고 캠페인을 준비할 때도 중요하다. 신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도 전략 수립을 위해, 온에어 시점을 정하기 위해 광고주는 종종 경쟁사 동향 파악을 요청한다. 귀O라미/경동나O엔/린O이와 같이 시즌 제품을 판매하는 보일러 회사의 경우 광고 집행 시점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광고 기획자의 경쟁사 동향 파악은 더욱 기민하고, 정확해야 한다. 경쟁사가 일주일이라도 먼저 캠페인을 시작한다면, 그만큼의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관점을 고려하지 않은 광고를 내보인다면 시장에 파묻히기 쉽다.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하고, 해당 카테고리에서 우리 브랜드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광고를 내보내면, 경쟁사에 대한 인식이 바뀔까?'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우선이다.
첫 번째 과정인 경쟁사 조사에 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코카콜라 브랜드를 통해 예를 들어보자. 코카콜라의 메인 타깃은 MZ세대이다. 이들에게 코카콜라는 매우 유명하고 친숙한 브랜드이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피자나 치킨을 먹을 때 ‘곁들여 먹는’ 음료 브랜드일 뿐, 브랜드 자체를 흥미롭거나 각별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과연 코카콜라의 경쟁자를 업계 2위인 펩시로 볼 수 있을까? 펩시만 이기면 코카콜라라는 브랜드가 MZ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소비자의 마인드 속에서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코카콜라의 경쟁자를 조금 다르게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만 소비하므로, ‘브랜드 자체에 대한 정서적 거리가 가깝지 않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 꼭 코카콜라를 고집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이렇듯 코카콜라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접점이나 연상도가 낮은 상황이 코카콜라의 진짜 경쟁자이다.
광고 기획의 첫 시작이자 경쟁자 설정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단순 경쟁사 조사가 아닌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를 더 이상 소비하지 않는 이유’, ‘점유율이 떨어진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 정의이다. 그래야만 진짜 경쟁자를 분리해낼 수 있다.
자, 이제 경쟁자를 조사하는 목적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Case ① 만일 유사 카테고리 안 브랜드 경쟁상황을 점검 후 자사 캠페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함이라면, 브랜드 중심의 경쟁사를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 코카콜라 vs 펩시
Case ② 소비자 입장에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함이라면, 소비자 인사이트를 도출해 진짜 경쟁자를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 코카콜라 vs MZ와 정서적 거리가 가깝지 않은 상황
브랜드 중심의 경쟁사 조사는 아래의 사항들을 분석하여 정리한다.
기본 정보 - 브랜드명, 슬로건, 창립연도
기업 규모 - 기업 가치, 매출액, 영업이익, 시장 점유율 등
마케팅 채널 및 활동 분석 - 판매 및 소통 채널, 광고 소재, 광고모델, PPL,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현황
경쟁사 제품 정보 정리 - 가격대, 모델, 제품 라인, 킬러 제품
주 소비자
SNS 연관 키워드
투자유치 등 최근 뉴스 - 만일 관심을 끄는 소식이 있다면, 현재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을 간략하게 예상해 보고 정리해 본다.
아직도 잘 감히 잡히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진행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업 규모는 어떻게 파악할까?
기업 규모에 대한 부분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재무제표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고, 증권가 분석 자료나 기사와 자료를 참조한다. 투자유치 금액과 연매출액, 고용인원 등을 통해 회사의 성장 및 시장 확장성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다.
2) 빅데이터를 통한 소비자 관심도 확인
소비자의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는 참고 자료는 검색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측정된 영향력 순위를 확인하기 위해 ‘블랙키위(blackkiwi.net)’사이트를 통해 월별 검색량과 키워드 등급을 확인했다. 썸트렌드(some.co.kr)는 네이버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실시간 분석해 결과를 모여주는 사이트이다. 소셜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주제어에 대한 언급량/연관어/긍·부정 키워드를 분석하며, 최근에는 유튜브 반응에 대한 동영상 수/조회수/'좋아요' 수/댓글 수도 분석해주고 있어 일일이 검색하여 볼 필요가 없다.
3) 경쟁사 USP(Unique Selling Point)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곳
어떤 방법으로든, 본인들의 USP를 홍보하기 마련인데 어디에 이 내용을 가장 집약하여 설명해두었을까 고민해보니 답은 심플했다. 바로 플레이스토어 내 앱 소개 페이지이다. 다운로드를 견인해 매출까지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인 브랜드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이나 철학, USP를 모두 녹여 앱 페이지에 담아낼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가장 편한 방법으로, 앱 소개 페이지를 통해 브랜드의 슬로건, 기능 및 UI를 확인하고 나머지 부족한 내용은 홈페이지나 기사를 통해 업데이트하였다.
4)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석 : TVC 정리 및 SNS 채널 확인
고객과 소통하는 것 역시 브랜딩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소비자와 관계 맺기 위한 별도의 이벤트나 교류가 있는지, 앱 푸시를 통해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세일즈를 넘어 브랜딩 목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을지 등을 찾았다.
광고 집행한 적이 있다면, 최소 4년 치의 광고를 모아 슬로건과 헤드라인 등을 정리했다.
5) 경쟁사 현황 및 발전 비전 파악하기
보도자료 및 신년 인사 등을 통해 경쟁사의 활동 및 방향성, 투자 유치 내용을 추가로 확인하였다. 앞으로 어떤 부분을 고려하여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 최근 주력 제품/USP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투자 관련 진행 상황이 있는지, 지금 특별한 움직임이나 활동 계획이 있는지 등을 정리해 메시지 방향을 파악했다. 유사 제목의 보도자료가 워낙 많기에, 반복되는 내용은 메인이 되는 헤드라인 중심으로 스크랩하여 기사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였다.
6) 가장 정확한 정보는 담당 AE에게 파악하자
브랜드별 광고집행 준비현황은 담당 브랜드 AE와 직접 통화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정보공유란 하나를 줘야 하나가 오는 것이기에 대행사끼리는 공유 가능한 선에서 서로 공유하는 편이다.
담당 브랜드 AE는 TVCF 광고 페이지 내에서 확인해 컨택하면 된다.
가장 대중적인 분석은 SWOT이지만, 내외부 요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방법이다. 자칫하면 엉뚱하거나 잘못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경쟁사 조사를 한다면, 어떤 프레임을 놓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제시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전략이 반드시 통한다는 법은 없고, 다양한 관점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러한 가설 역시도 브랜드의 상황과 시장 상황, 경쟁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제시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서두에 말한 코카콜라의 경쟁자를 '여럿이 즐거운 상황에서 늘 함께 하는 코카콜라'라는 브랜드 정서적 가치가 약해진 소비자 인식상황으로 정의하자 캠페인의 목표는 이렇게 정리되었다.
<영타겟의 Coke Moment를 찾아,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음료를 넘어 요즘 내 또래와 잘 어울리는 브랜드 만드는 것>
그렇게 만든 광고이다.
경쟁사 조사 업무는 조사해야하는 범위가 너무 넓어 힘들고 번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야근은 확실시된 시점에서 기계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분명 생긴다. 이때 ‘경쟁사 조사’ 자체에 몰두하지 말고 마음 다잡고 내가 이 조사를 ‘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PT 수주 및 성공적 캠페인의 KEY를 (상당부분) 내가 쥐고 있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