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 위에 애장품 놓아보기
일하는 책상 위에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가득 올려두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종류도 참 많았다.
그런데 내가 특히 좋아했던 건 사진 한 장이었다. 바로 낮술 마시고 이른바 꽐라가 되어버린 팀원들과의 사진이었다. “모처럼 오늘 일도 없는데, 나가서 술이나 한잔할까?” 이 한마디에 시작한 술자리는 점심부터 시작해 새로운 멤버가 계속 투입되며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 사진에는 그때의 흥취와 분위기가 모두 압축되어 있다.
대낮에 이미 눈과 다리가 풀려버린 부장님과, 부장님을 옆에서 부축하는 차장님, 유난히 술 안 받아 얼굴이 터질 것까지 빨개져 버린 나와 대리님, 잔잔하게 광기 어린 미소를 보이던 사업부장님까지. 일할 때는 마치 광고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만 같던 선배들이 동갑내기보다 더 어려진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건, 선배들에게도 인간미가 있다는(?) 묘한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야근으로 특히나 힘든 날 이 사진을 슬쩍 쳐다보는 건 나에게도 즐겁고 순수하게 일하던 시절을 떠올리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나도 이런 때가 있었지’, ‘그들도 저런 때가 있었구나’,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신나게 놀아야지’하는 그런 속절없는 도돌이표 같던 그때의 묘한 순간들이 나에게는 잠깐의 휴식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