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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Jan 05. 2024

인생의 중요한 기술

주말 아침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남편을 깨운다.


"오빠, 주말 아침이야! 얼른 일어나 봐."

이불속으로 꽁 숨어버리는 오빠에게 30분 정도의 여유가 마지노선이다. 그 이상의 관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바지런한 부모님 덕분에 주말이면 일찍 일어나고는 했다. 부모님은 그렇게 나와 내 동생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여행을 다니셨다. 그랬던 기억 때문일까. 나도 곤히 잠든 남편을 보면 조금 놔두지 싶다가도, 30분이 한계다. 곧잘 그의 단잠을 깨우고야 만다. 마지못해 일어난 남편은 나를 흘깃 보며 말한다.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야 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은 흐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지난 주말 ‘새벽’과 ’ 아침‘의 묘한 경계에서, 나는 이상한 광경을 목도했다. 막 잠에서 깬 나는 옆에서 에어팟을 낀 채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남편을 인지했다. 늦잠을 잔 게 분명해.


- 몇 시야?

- 10시 좀 넘었어.


어라? 내가 늦잠을 잤다니. 그것은 현실이었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보자니 나의 지난 주말 아침보다 한결 가벼웠다. 주말마다 기상 공격(?)을 받아온 남편이기에 이런 나를 깨울 법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나를 내버려 두었다. 내가 모처럼 잠을 깊이 잘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피로가 가실 때까지 잠을 잤을 때의 이 개운함을 일찍이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니 그는 내가 늦잠 자는 걸 그냥 지켜봐 주었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는 것만으로 멋진 하루를 만들 수 있었구나.


충분히 잠을 잔다. 이 문장 하나에도 어느 정도가 충분한지에 대한 각자의 기준치가 있다. 나에게는 6시간도 충분한 잠이었을지언정, 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다니. 그는 나보다 몸도 크고 배도 나오고 나이도 많은데...(웃음)


부부가 된다는 건 ‘내가 우리가 되는 다양한 방법’을 훨씬 더 다양한 계기를 통해 배우고 체득해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 남편이 충분한 잠을 푹 즐기기를 기원해 본다. 나 또한 그런 그의 충분한 잠을 조금 더 길게 참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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