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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21. 2023

나의 호사로운 화요일

11월의 어느 화요일 10시 40분.

나는 네이버 정자동 사옥 스타벅스에 앉아 남편과 각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둘 다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굳이 네이버에 와서 앉아 있는 우리를 보노라면 엉뚱하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한 번쯤 '네이버'에 다니면 어떨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직주근접이라 특히나 우리 부부에게는 더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네이버 사옥 1층, 2층은 일반인들에도 공개된 공간이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어떠랴' 생각하고 호기롭게 출근(인 척)했다.


남편과 10분 남짓의 거리에 있는 네이버에 걸어가며 나눈 대화,

"누군가 우리 직장이 궁금해서 연차 내고 온다면 보기에 어떨까?"


이상한 장면은 아닌 거 같았다. 이러한 우리의 호기심이 당연하다며 합리화하고는 적당한 콘셉 정도는 맞춰보기로 한다.


- 다른 회사 가는 건데 적당한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 음... 그럼 너무 후줄근하지 않은 직장인 룩으로!

- 둘이 앉아 책 읽으면 분명 같은 직장인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 그럼 젊은 나이에 부를 이루고 은퇴한 파이어족 부부가 되어 보는 거야. 정확히는 사업가 부부.

내가 원하고 꿈꾸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은 대체로 추상적이거나 이상적이며 일부분은 흐릿한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것을 시각화하거나 직접 체험하는 기억도 무척이나 소중하다. ‘추상적 이상주의자’가 되는 대신 ‘구체적 상상 & 행동주의자’가 되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캐릭터를 부여해 연기를 해보기로 한다. 네이버 TPO에 맞춰 옷을 입고 나왔다. (꾸안꾸가 가진 적당한 고급스러움에 브랜드 컬러인 그린을 장착) 그리고 프리랜서처럼 노트북을 펴고 앉아 글을 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부부가 스타트업을 차리고 네이버 담당자와 미팅하러 온 느낌으로 앉아 책을 읽고 미팅을 기다린다면 어떨까? 미팅 이후에는 바로 앞 카페거리에서 늦가을을 즐기며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겨보는 거다!


이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며 호화로운 화요일 오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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