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선 도로를 달리는데 운전하던 남편이 차를 급히 멈추고 소리를 질렀다.
"아 위험한데!"
그의 시선에 머무른 건 반대편 도로에 있는 작은 강아지였다. 어떤 말도 하기 전에 강아지는 차들의 쌩쌩거림 속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가속도로 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너무나 끔찍한 순간의 정적이었다.
다행히 강아지는 한 차의 바퀴 겉면에 아스라이 부딪혀 튕겨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쇼크를 먹은 듯 멈춰 도로 한가운데 앉아버렸다. 10초도 안 된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신호가 바뀐 상태에서 직진하던 중에 차를 멈췄고, 경황을 모르는 뒷차로 인해 접촉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오빠,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 강아지는 강아지고, 우리는 우선 직진해야지."
끝까지 강아지를 챙기고 싶어 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당장 큰 사고를 면하기 위해 직진을 요청했다. 당장 우리의 행동이 너무 위험해 보였다. 다행히 스치는 백미러로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도로를 건너 강아지를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한 순간에 강아지를 챙기지 못하고, 당장 직진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내 죄책감은 생각 외로 깊었던 것 같다. 늘 이성적인 남편마저 영 신경을 쓰던 그 순간이었는데 말이다.
그 일이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한번 좁은 골목길에서 주차하던 중 소리소문 없이 나타난 닥터훈트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게 한 이 녀석은 빌라촌 아래 버려진 쓰레기를 뒤지며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휘젓고 다녔다. 임신한 듯 배도 불룩했다. 말끔하고 잘생긴 외관을 봐선 주인이 있는 개였다. 차를 멈추고 강아지를 줄 간식을 사기 위해 인근 편의점을 살폈다. 이와 함께 위태해 보이는 그 임신한 강아지를 경찰에 신고하려던 찰나였다.
"아리야!! 아이고 이 녀석아. 네 멋대로 뛰어나가."
바로 옆 철물점에서 한 아저씨가 급한 듯 뛰쳐나왔다. 임신한 강아지를 들어 안고 엉덩이를 세게 때려경악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론 그 아저씨의 그 호통이 감사하기도 했다. 버려진 존재로 생각한 가엾은 존재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외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길가에 놓이는 강아지는 없으면 좋겠다. 인간 중심의 세상이기에 그들은 이 세상 속 약자로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사람의 주의와 관심 없이는 언제든 크게 다칠 수 있다. 최근에 만난 두 강아지 모두 사람 덕에 위기의 순간을 넘기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