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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Oct 28. 2023

‘배민 커넥트’가 알게 해 준 새로운 세상

5년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니,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갑자기 나에게서 훅 사라져 버렸다.


갓 결혼을 마친 남편과 나는 미래 계획을 세우며 각자의 용돈을 20만 원씩으로 통제해 보기로 이미(?) 합의를 한 상황이었다. 매일 아침 나만의 창작활동을 위해 스타벅스로 출근해 주문대 앞에 서면 오전 내내 마실 Tall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조차 망설여질 때가 부지기수였다. 그렇다고 우리의 공동 생활비를 쓰는 건 싫었다. 돈 버는 남편의 돈을 타서 쓰는 것 같은 괜한 자격지심이 들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 못 버는’ 무능력한 나 자신을 자조하던 시기였다.


당시 당근마켓은 나에게 비밀스럽게도 참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 물건을 거래하며 용돈을 충당하며 간헐적 경제적 활동의 즐거움을 맛보고는 했다.


그러다 같은 동네에 사는 학교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프리랜서 영상제작자로 소속 없이 혼자 돈을 버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프리랜서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는 본업인 영상 제작에서의 수입은 정기적이지 않고 예상할 수 없지만, 의외로 다른 활동에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이 활동에 본인이 푹 빠져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활동은 바로 ‘배민 커넥트’였다. ‘도보/자전거/오토바이/자동차’ 교통수단에 따라 대개 수입이 다른데, 배달속도가 빠르고 이동 거리가 넓을수록 배달수익도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도 처음에는 도보 배달로 시작해 이제는 전기자전거로 배달을 하고 있는데 하루 8시간 기준 월 3-4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며 정산 내역을 보여주었다.

그가 나에게 설파한 ‘배민 커넥트’의 장점은 이렇다.

1. 영하 혹은 폭염일 경우 배달 할증료를 받음
2.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곳이 곧 맛집으로, 데이터 아카이빙을 할 수 있음
3. 이동하는 거리가 많아 살이 빠짐
4. 가게주인 분들과 친해져 서비스도 받을 수 있음
5. 원하는 배달지 선택이 가능함


마치 포교 활동을 하듯 열정을 담아 ‘배민 홍보(?)’를 하는 선배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날 바로 배민커넥트 가입과 함께 영상 교육을 들은 뒤, 배달가방으로 쓸 냉장 보관용 백팩을 구매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배민 커넥터로 활동할 수 있었다.


가깝게는 200m, 멀게는 2,000m까지도 가는 도보 배달로 하루 2시간씩, 2만 원 정도의 돈을  벌었다. 배달 약속 시간은 나를 재촉하게 만들었고, 추운 겨울이었지만 더운 기운에 땀도 났다. 처음 배달을 승인할 때에는 구체적인 배달 장소는 나오지 않았기에, 막상 가 보니 골프 치는 직장인 남성분들의 연습장에서 음식을 배달하며 서로 겸연쩍은 미소로  민망한 인사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다.


일이 주는 책임감은 순식간에 나를 바꿨다. 나는 어엿한 ‘배달종사자’로서 배달원으로서의 기본인 ‘신속함! 친절함!’을 마음에 새겼고, 몸으로 직접 뛰며 ‘아 이렇게 돈 버는 게 힘들다’는 것을 동시에 느꼈다. 이렇게 고생한 나에게 ‘하겐다즈’와 같은 작은 사치를 선물하며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었다.


물론 회사를 다닐 때에 비해 버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노동력에 대한 값을 정당하게 매기는 게 어려워졌다. 같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지만 내가 강점이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에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새로운 세상을 다른 분야를 통해 새롭게 배웠다.


다시 이직에 성공해 광고회사에서의 일상을 살아가는 지금도 창 밖을 보거나 일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도 배민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 선배와도 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 덕에 내 삶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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