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 나름대로 대리 연차인데도 폴더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파일을 제때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물론 나도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체계성 없이 저장한 파일이 있었지만 한번 제대로 폴더를 정립해두면 중구난방인 상황에서도 폴더 정리는 금방 되었다.
폴더를 정리할 땐 일이 진행되는 순서를 생각하고, 최대한 단순화하는 게 좋다. 세분화할수록 파일 찾는 절차가 복잡해지므로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광고주별 → 프로젝트 단위별 (PT, Annual Plan, 실무) → 연도별 → 업무 프로세스 진행 순서별”
본인만의 규칙이 완전히 정립된 상태에서 폴더를 만들고, 관련된 폴더에 문서를 넣으면 효율적으로 자료를 찾고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종합광고대행사의 경쟁 PT 프로세스는 아래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광고주 OT → 킥오프 미팅 → 전략 가설 조사 → 브리프 미팅 → 제작 아이데이션 → 크리에이티브 합의 미팅 → PT패키지 전략 협의 → 리허설”
이 단계에 따라 폴더를 아래의 순서로 생성하고 파일을 관리했다.
파일명에 규칙을 정해 저장하면,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최종, 진짜 최종…으로 저장하면 나중에 진짜 최종 파일이 무엇인지를 헷갈릴 수 있기에, 나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파일명은 업무 내용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면 되지만, 광고주를 앞에 적고, 후반부에 날짜를 적어 파일명에 따라 정렬이 되었을 때 버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광고주_업무 내용_날짜_확장자
ex) 경동OOO_22년 미디어 전략보고_211227.pptx
회사 내부에서 공유하는 최종 파일에는 파일명 마지막에 ‘F’를 붙여 Final 버전임을 확인했고, 광고주 전달용은 ‘CL’을 붙여 Client 전달용임을 분류했다.
같은 제작 파일이라도 광고주 전달 버전과 내부 전달 파일은 시기/내용에 대한 조금의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문서 작성일을 기준으로 저장을 하면 내부에서 공유한 날짜와 광고주에게 공유한 날짜가 다를 경우 파일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 내부/외부 공유용을 분리할 필요가 있었다.
언젠가 컴퓨터 용량이 더 이상 컴퓨터를 견디지 못하며 컴퓨터가 팍! 하고 꺼졌다. 그리고 D 드라이브의 일부 자료가 날아가 버렸다. 컴퓨터가 고장 날 수도 있고, 노트북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데이터를 손실할 가능성은 꽤 상당하다.
개인 외장하드를 구매해 프로젝트가 끝나는 시점에 파일은 반드시 백업해두었다. 더는 대행을 하지 않게 된 광고주더라도, 현 대행사가 기존 대행사에게 이전 진행한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으니 파일을 함부로 지우는 건 위험하다.
지속해서 개선해 최종적으로 자리 잡은 나만의 폴더, 파일 정리법을 적어보았다. 하지만 으레 집 정리가 그렇듯, 주인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자신이 가장 익숙한 관점에서 폴더와 파일 정리를 고민해본다면, 본인만의 노하우로 파일을 쉽게 꺼내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폴더와 파일 관리는 처음에는 불편해도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수준에 이른다. ‘아 파일 정리 귀찮아’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침투하기도 전에 이미 해버려서, 필요한 에너지가 훨씬 더 든다. 결국 좋은 습관 하나가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