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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11. 2022

광고회사 동료들이 함께 만들어준 청첩장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한가지는 바로 직접 만든 청첩장이다.


처음에는 업체를 통해 제작하려고 샘플도 받아보았는데 좀처럼 100%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요소요소 장점은 있었지만, 투박한 폰트, 어디서 본듯한 일러스트, 한정된 글자수 등으로 이렇게 최선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청첩장 외에도 결혼 준비에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매우매우 많았다. 그랬기에 순간 생각의 늪에 빠졌다. '업체에 맡기면 저렴하고 모바일 청첩장도 무료로 만들어주는데.' 하면서도 '원하는 디자인과 이야기는 담을 수 없잖아' 못내 아쉬웠다.


그때 남편이 툭 던진 대답이 귀에 꽂혔다.


우리 다운 청첩장을 만들려면,우리가 직접 만드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광고회사에서 하는 일이 바로 콘셉에 맞는 시안을 잡고 카피를 고민하는 일인데 어쩌면 해볼 만하다 싶었다. 당시 남자친구 (現 남편)와 고민하여 글을 쓰고 사진까지 속전속결로 골라서 페이지에 배치했다.

그런데 아차, 나는 포토샵을 할 줄 몰랐다. 파워포인트로 만든 내 청첩장 디자인은 정말이지 허접했다. 남편은 이게 우리다운 것이라며 이대로 인쇄를 맡기자고 했지만, 당최 이대로라면 안될 것 같았다.

파워포인트로 만든 청첩장 초안


곰곰이 생각하니 내 주위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참 많았다. 내가 다니는 광고회사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포토샵도 잘 하는 사람들이 모인 최고의 공간이었다. 다들 바쁜 와중에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는 것이 미안했는데,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니 훨씬 더 진심으로 청첩장 만드는 일에 두 팔 걷고 고민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각자의 프로젝트로 인해 바쁜 시기였는데도, 청첩장의 글을 워싱하고, 파워포인트로 건네드린 버전을 무려 4개의 디자인으로 탈바꿈 시켜주기도 했다.


4개의 시안을 잡아 보내준 아트님 메일 본문 중



카피님은 '우현과 규리의 이야기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문구에 아이디어를 더해 광고문구로 만들어냈다. 현과 규리의 이야기입니다 로 글자에 색상을 입혀 '우리의 이야기입니다'로 읽히도록.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세상에 하나뿐인 청첩장이 완성되었다



청첩장을 받은 지인들은 “광고회사 다니는 사람의 청첩장은 역시 다르네”라며 칭찬했는데, 그 순간마다 나는 내게 동료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의 이야기가 잘 담기도록 동료들이 애정을 담아 만들어준 이 청첩장은 그래서 참 멋지고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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