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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30. 2022

힘든 광고회사 속에서 꽃 한 송이가 핀다

광고회사 동료들과 모여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저마다 힘든 점을 배틀하곤 했다. “OOO 광고주가 말이야, 이렇게 하는데, 너무 힘들다.”, “OOO 프로젝트만 지금 몇 달째야.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자꾸 견적 네고해달라는데 이미 마이너스야”


그러다 보면 문득 하나둘씩 깨닫고야 만다. 역시 광고회사엔 행복한 사람은 없는 것일까. 이렇게 자조 섞인 목소리로 “퇴사하고 싶다” 자조하곤 했는데, 사실 나는 이러한 대화의 패턴과 시간이 묘하게 재미있었다.

결론은 자조적으로 끝이 날 게 뻔했지만, 유난히도 광고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겐 각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촬영 현장과 클라이언트와 회사에서 각각 생기는 에피소드들도 다를뿐더러, 기획, 전략, 디자인, 카피 라이팅 등 각자의 업무 영역에 따라 상황을 보는 관점도 제각각이었다. 더군다나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인지라 상대방에게 조금씩 마음의 경계를 풀며 조금조금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것들까지. 이 이야기가 무엇이라고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동조한다.


만약 광고회사가 루틴을 반복하거나,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었다면, 이토록 많은 이야깃거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광고 일을 하며,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의 틈새 속에서 그토록 괴로워하면서도 묘한 기대감을 품고 출근하지 않았던가.


나는 인생의 재미는 지불한 희생과 위험에 어느 정도 비례한다는 것을 광고회사에 다니며 체득했던 것 같다. ‘오늘 하루가 조금 더 힘든 만큼, 더 많은 것을 배우거나, 느끼거나, 적어도 기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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