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결혼이 뭐라고, 그렇게 많은 축하를 받았다.
맛있는 주스를 만들어 먹으라며 바이타믹스 믹서기를 보내준 친구들, 팀원들이 돈 모아 보내준 스피커, 시동생이 사준 의자까지. 집안 살림의 반은 모두 선물로 받았다 싶을 만큼, 결혼하고 몇 달은 선물을 받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시간으로 흘러간 거 같다.
그런데 아끼는 후배로부터 값도, 가치도 매길 수 없는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우리 결혼사진을 캐리커처로 그린 액자였다. 결혼 전 미리 주고 싶었는데 부끄러워서 이제야 준다며 건넨 쇼핑백에는 후배가 그린 우리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며칠이 걸렸을지, 맞춤 액자를 주문해 넣는 과정은 얼마나 길었을지 후배의 섬세한 마음이 고마웠다. 당시 우리 팀은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잦은 야근을 하고 있었고, 아마 후배는 남는 시간 혹은 주말을 쪼개 며칠이고 그림을 그렸을 거였다.
액자에 담아준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그림을 화장대 위에서 2년째 올려두고 있다. 우리의 결혼사진은 대부분 옷장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봄바람이 간질거린다. 결혼 소식이 자주 들린다. 이왕이면 후배가 그려준 그림이 그랬듯 오래도록 추억할수 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 가까운 사람의 생일이든, 결혼이든, 축하할 일이 생기면 기어코 마음이 전해지는 선물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