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전처럼 예쁘게 하고 다니면 좋겠어
결혼 이후 엄마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엄마를 만날 때는 특히나 옷을 신경 쓰는 데도 그렇다. 엄마 눈엔 예전 같지 않나 보다. 엄마는 각자 최소한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우리 부부가 안쓰러우신가보다. 내 생일이면 필요한 구두나 옷을 선물로 알아보신다. 이럴 수가. 나는 정말 옷에 욕심이 없다. 엄마가 원하는 영캐주얼은 더더욱! 그런데 문득 이런 내가 나도 낯설다.
언제부터였을까? 인식하지 못할 만큼 외모에 무감해졌다. 결혼하고 나서일 텐데, 미니멀리스트 남편의 영향을 받은 건지 스스로 쿨해진 건지 알 턱 없다.
분명한 건 결혼 전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화장품 로드샵에서 할인한다 하면 냅다 달려가 품귀템을 쟁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엔 언제나 OOTD, 메이크업 등이 일순위로 떠있으며, 외출하기 전에는 화장 시간만 30분이 꼬박 걸렸다. 집 앞엔 택배가 얼마나 잦은 주기로 도착하는지, 택배 기사분이 나를 스타일리스트로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젠 완벽히 무심하다. 맨투맨과 운동화, 그리고 매일 같은 화장으로 출근하는 내 모습이 증명한다.
최근에는 남편과 오랜만에 성수동을 다녀왔다. 멋쟁이들이 모이는 동네라기에 오랜만에 봄 재킷을 꺼내 입고 갔는데 멀리서 나를 발견한 남편의 첫마디는 이랬다.
이 옷 오래된 거지?
빙고. 횡단보도 너머 무수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우뚝 서서 인사를 하는 내 모습에서 남편은 재킷이 참 오래되었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남편의 옷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학창시절에 입던(그러니까 15년 정도 된) 가디건을 입고 온 그의 패션도 꽤 낡아보였으니까.
핫한 성수동 길거리에서 우리 부부만 나이에 안맞게 별안간 낡아버린 듯한 기분에 괜히 시무룩해졌다.
남편이 대뜸 나에게 봄맞이 옷을 사러 가자고 말했다. 길을 걷다가 한 의류매장에서 꽤 고급스러운 베이지 가죽 재킷을 나에게 제안하는 남편. 입어보니 꽤 잘어울렸다.
그렇게 난 미운오리새끼의 탈을 벗은 백조처럼 신이 나 약속이나 미팅이 있을 때마다 입고 다녔다. 결혼 후 외모에 무감해진 건 핑계다. 그냥 귀찮았던 거다. 이제는 두 마리의 백조처럼 남편과 예쁘게 성수동을 다시 한번 거닐고 싶다. 성수동 나들이를 위해 봄이 조금만 더 오래 머무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