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7할의 맞음과 3할의 안 맞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 주는 이 중 3할의 안 맞음이 불쑥불쑥 나타난 주간이었다. 토요일 오전이 그 시작이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 이후 매년 7월이면 부천판타스틱 영화제를 다녀오고는 했다. 올해도 영화제에 가기 위해 집 앞 버스를 타려 했는데, 하필이면 배차 간격이 긴 버스가 눈앞에서 떠나버렸다. 나는 남편이 알려 준 버스 시간표만 믿고 여유롭게 따라나섰는데 막상 버스를 놓쳐버리니 마음이 예민해졌다. 여름날의 햇빛은 쨍쨍했고 다음 버스는 기약이 없었다.
남편은 상황을 무마하려고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건넸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그가 미웠다.
어찌어찌해 부천영화제에 다다른 우리는 부천영화제 수상작 두 편을 볼 수 있었던 행운을 거머쥐었다. <스트레인지 달링>과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는 우리 둘 다 별점 네 개 이상을 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살인극'이라는 공통된 장르의 연속에 나는 급속도로 피곤해졌다. 영화를 본 뒤 바로 집으로 가자는 나의 말에 남편은 영 실망하는 눈치였다. 부천에 왔으니 좀 더 영화제의 분위기를 즐겨 보자는 이야기였다. 결국 내 뜻대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길. 남편이 툭 던진 한마디에 내 표정은 일그러졌다.
정말 축제를 즐길 줄 몰라
우리는 썩은 표정으로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묵묵히 버스를 타고 달렸다. 이윽고 버스가 동네에 도착해 갈 때쯤 되자 마음이 조금 풀린 나는 배고플 우리를 위해 치킨을 미리 시켜놓았다. 그러고는 남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교촌 허니콤보를 미리 시켜놨다고. 그러나 남편의 표정은 다시 한번 썩었다.
"아니, 나랑 의논도 없이?"
호불호가 명확한 남편은 양념통닭만 좋아한다는 걸 그제야 떠올려냈다. 게다가 외식이 더 하고 싶었다며 상의하지 않고 정한 나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의 그런 명확한 호불호가 나에게는 더더욱 화가 나는 포인트로 번졌다.
그날 저녁 우리는 각자 집으로 돌아와 각자 밥을 먹고(나는 치킨을, 남편은 불고기를), 따로 잠을 잤다 (나는 시원한 에어컨 아래 딱딱한 매트리스를 깔고, 남편은 다소 더운 안방에서 푹신한 침대에서).
우리는 그렇게 다음 날까지 침묵으로 각자의 삶을 영위하다 늦은 오후 되어서 화해의 악수를 했다. 가끔은 둘이어서 잘 맞다가도 이렇게 안 맞는 부분에서는 둘밖에 없어서 더더욱 치열해질 때가 있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느껴질 때면 나는 온몸에 힘이 빠진다. 그러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금세 잊을 정도로 편안한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함께 생각한다.
오늘 하루 참 빠르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