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종종 같은 장면에 꽂혀 동시에 생각에 잠긴다.
예를 들어 길을 걸으며 신나서 대화하다가도 눈길을 끄는 커플이 보이면 나는 남편도 나와 같은 장면을 봤으리라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저 커플 이제 막 만난 것 같지 않아?"라고 물으면 남편은 "맞아, 딱 3개월 지난 느낌이야."라며 서로의 연애 단계를 상상하며 킥킥 웃는다.
얼마전에는 동네 앞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 산부인과가 눈에 들어왔다. 3년 넘게 살며 처음 눈에 들어온 병원이었다. 그 순간 남편도 말했다.
우리 동네에 산부인과가 있었네?
그 이야기에 내가 답했다. "나도 방금 봤어. 오빠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만약 아기를 낳는다면 저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적어도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에 가성비를 따진 적은 없어
남편은 출산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그의 선택 기준을 단순히 '가성비'로 판단(혹은 폄하) 한 것에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나는 부연 설명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집 근처에 있으니 긴급한 상황에서 금방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 같았지"
그러자 남편은 '가성비'와 '효율성'은 전혀 다른 기준이라 말했다. 가성비는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는 거고, 효율성은 좀 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라며.
나는 남편의 반응에 "음, 이 정도 반응을 보니 나는 좋은 병원에 갈 거 같아 안심되는구먼!"하고 웃었지만, 남편은 내가 아직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다고 했다.
아마 나도 남편을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으로 정형화하면 그를 이해하는 과정이 좀 더 쉬웠으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알면 알수록 복잡다단한 서사와 특성이 있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남편의 날 선 반응이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단어에 섬세한 사람이니 홍보 업무도 10년 넘게 하는 거겠지. 남편의 직업 정신을 공식 인정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