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광고업계 꼰대들은 1.

위로를 가장한 가장 화사한 모욕

좋은 어른도 많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꼰대의 정의는 자기 경험이 세상의 전부라 믿는 사람이다. 살아온 날이 많으니 경험도 많은 것 다 이해할 수 있다. 기획서 한번 써보라고 하고서는, 정작 그 기획서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고 당신의 생각을 정답으로 놓은 확신에 찬 표정을 나는 캐치하고야 만다. 조금 더 해당 분야에 관해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배려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후배의 공로를 너무나도 쉽게 별거 아닌 양 치부해 버린다.

경험의 축적에서 오는 지혜는 무척이나 존중받을 만하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본인들이 고민한 흔적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던 후배들은 사회화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닌 선배가 원하는 기획서를 써야겠구나, 이런 성향의 후배라면 '왜 내 기획서가 틀렸는지'를 되뇌고 또 자조하게 된다. 자신을 바꿔서 칭찬받던가 혹은 계속해서 저항하는 잔 다르크가 되던가. 답은 정해져 있다.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한다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것을 정답으로 두고 진행하는 비난은 결국 그 누구도 행동할 수 없게 만든다.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팔짱 끼고 앉아 '이건 이래서 부족하고, 저건 저래서 부족해. 이게 맞아'라고 지적만 하는 건 언제나 너무도 쉽다. 오랜 경력의 시선으로 보아서는 부족할 수 있지만, 1~2년 차라는 걸 감안하면 분명히 잘한 일일 지도 모른다. 스스로 잘했다 싶은 순간에 선배에게 잘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갈아엎어진 기획서를 봐야 하는 후배의 마음이 얼마나 쓸쓸했을지. 그 쓸쓸함은 쌓이고 쌓여 자신감 부족이 된다. 부족함이 있을지 모르지만, 후배들의 고민이 어쩌면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나쯤은 맞을 수 있다고 보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었더라면 후배들은 자기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깨닫고 그 자신감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