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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17. 2022

내가 만난 광고업계 꼰대들은 2.

퇴근각을 보고 있던 과거의 무수한 나, 팀장님이 갑자기 한참 남은 광고주 미팅 건은 준비하고 있냐고 나에게 묻는다. 아직 멀어서 준비한 게 없다고 나는 답한다. 팀장님이 말씀하신다. “그럼 저녁 먹고 이야기해보자” 저녁을 먹고나니 회의를 소집하신다. 혹자는 팀장의 이런 통보가 너무 일방적이라며, 약속이 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회사에 있다 보면 그건 불가하다는 걸 깨닫는다. 선배들도 퇴근하지 않는데 후배가 돼서 ‘저는 약속이 있어서 갑니다’란 말은 차마 할 수 없다.


약간의 패기가 남아있던 시절에 이런 불만을 다른 선배에게 슬쩍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 선배는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다닌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평일에 약속을 잡느냐고. 사소한 개인 약속은 평일에 포기하면 되는 건데, 왜 아직도 그런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평일 약속을 왜 잡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8시간을 꼬박 열심히 달린 후 정시에 퇴근하는 삶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진짜 이상한 나라 광고업계. 탄탄한 기획력은 엉덩력으로 오는 게 아닌데. 마음으로만 외치던 과거의 많고 많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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