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리 Nov 18. 2022

내가 만난 광고업계 꼰대들은 3.

막내는 손과 눈이 고달프다. 식당에 가면 수저를 놓아야 한다. 술이 떨어지면 제때 가져와야 한다. 광고주가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커피를 세팅해야 한다. 야근이 예상되면 저녁을 미리 주문해 놓아야 한다. 기자재를 빌리러 가야 한다. 회의실을 미리 세팅해 두어야 한다. 막내 수당이 따로 있는 것일까.


난 어린 사람들이 이런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연한 인식이 정말 싫었다. 본인에게 필요한 건 본인이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2022년에도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어느 날 후배가 들어왔는데, 중고 신입이었다. ‘사회생활’이라 불리는 것들에 능했다. 시키지 않아도 밥시간이 되면 밥을 시킬까 물어보고, 본인이 들어가지 않는 회의실도 예약하고, 내가 회식 장소를 알아보면 자신이 미안해했다. 


나는 그 후배의 이런 리액션이 무척 불편했다. 많이 좋아한 후배였지만, 존중과 존경은 다르고 예의와 매너는 또 다른 법이다. 이건 세대의 문제도, 시대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입일 때 ‘잡일’을 잘해야 일을 제대로 배우는 거란 ‘잡소리’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세요.


'요즘 것, 옛날 것' 선 가르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함께 집중해 멋진 일을 해내고 싶습니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에피소드에도 나는 광고회사에 다녔던 지난날들을 참으로 애정한다. 회사에는 내가 존경하는 어른들이 매우 많았고, 그런 어른들이 있었기에 나는 정말 즐겁게 일했다. 종종 광고 필드가 그립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세대 갈등 속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살 건 아니지 않은가. MZ들이 각자의 삶을 중요시하는 건 맞지만, 자신의 1인분도 안 하려는 게으름뱅이는 아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세대를 떠나 조직에서 어차피 도태될 거니까. 우리도 노력하고 선배들도 서로의 선을 지켜준다면 광고회사의 불만은 조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가 옳을 때도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