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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19. 2022

꼰대가 옳을 때도 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 있다. 입사 후 처음 만든 광고가 온에어 한순간. 첫 방송은 직접 촬영한 버전으로 광고주에 공유하는 게 좋다고 하여 퇴근 시간 너머까지 기다린 광고였다.


TV 찍을 수 있는 식당을 찾다가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주머니와 식당에 계신 아저씨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TV 광고를 찍어야 하는데 광고가 나오면 30초만 말씀을 말아 달라고-. 아저씨들은 ‘처음 만든 광고냐며’ 번거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심장이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광고가, 온 세상에 보인다는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잊지 못할 추억은 그다음에 일어났는데 식당 아저씨들이 손뼉을 쳐주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광고라고 축하한다고.


처음 모니터링을 하며 촬영한 <오렌지라이프> 광고


회사에 광고 모니터링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첫 광고가 나오는 날은 직접 보게끔 했던 옛 선배들. 카메라를 계속 켜 두고 있다가 그 순간을 포착해 광고주에게 공유하는 게 비효율적이고 형식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약간의 미안함으로 그리고 감사함으로 또렷해졌다. 그 순간 광고라는 일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며,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게 될지를 가슴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숱하게 온에어하는 걸 봤을 텐데도, 함께 첫 온에어 순간을 지켜봐 준 사수에게도 감사하다. 사수가 아니었더라면 첫 광고 온에어의 순간이 그렇게까지 각별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때의 또렷한 기억으로 후배들에게는 처음 광고가 온에어하는 순간만큼은 직접 지켜보라고 이야기한다. 모두에게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이기에. (물론 같이 보자고 하지는 않는다)



오렌지라이프 광고


보는 이들이 각자의 삶을 기분 좋은 기대를 하고 살아가는 '멋진 라이프'로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오렌지라이프가 이러한 삶을 함께하는 보험사임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한 광고였다. Jump가 키 비주얼로 잡힌 이 광고는, 사람이 기쁘고 행복하고 찬란한 순간을 맞이했을 때 보이는 가장 솔직하고 본능적인 감정표현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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