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티 ANANTI
우리는 모두 브랜더Brander다. 각자만의 개성과 관점을 가진 브랜더.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브랜더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면 언제나 그 고유의 흔적(특성)이 남는다. 나에게 아난티라는 브랜드는 그 고유의 색과 개성이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 브랜더가 더욱 궁금했다.
이만규 대표 :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그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다가 리조트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된다. 원래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우그룹에서 일하던 직장인이었다. 007 시리즈를 수없이 보았을 정도로 영화광인데, 영화에서 본 좋은 것들- 자동차, 시계, 호화로운 리조트-를 보고 선진국 사람들은 해외보다 국내 리조트에서 자주 여가를 즐긴다는 점에 착안한다. 자연스레 선진국으로 나아가던 우리나라에서의 리조트 사업성에 확신을 갖고 2004년 에머슨퍼시픽이란 회사를 세운다. 이후 2006년 힐튼과 브랜드 계약을 맺어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를 오픈한다.
브랜드 명 : 아난티
‘아난티’라는 브랜드명이 등장한 건 2008년부터다. 처음에는 리조트 사업을 해본 적이 없던 이만규 대표는 안정적인 론칭을 위해 힐튼과 손을 잡았다. 아난티라는 이름은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지었는데, 묘하게 설레는 느낌을 주는 발음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 자체의 단어에는 아무 뜻이 없다고 한다.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하겐다즈’ 사례와 유사하다. 북유럽과는 어떤 연고도 없는 뉴욕 출신 부부가 덴마크어처럼 들리는 이름으로 하겐다즈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하겐'과 적당히 음운이 맞는 '다즈'의 합성어라고 한다.
운영 철학: 같은 콘셉트의 아난티는 한 개도 없다.
그렇기에 각 지점에 따라 공간이 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부산 기장의 아난티코브는 활기차고 역동적인 느낌을, 남해점은 어촌 마을의 평화로운 느낌을, 가평점은 숲 속의 요새 느낌을, 강남점은 요트의 캐빈 느낌을 이용객들에게 부여한다. 사람들이 도쿄, 런던에 간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난티 간다'라는 신조어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것이 대표의 바람-. 그가 지향하는 아난티는 '작은 세계'와도 같다.
두드러진 특징 : 한정된 객실 수
아난티는 객실이 적다. "매력적이지 않은 300실의 리조트보다 매력적인 100실 리조트가 더 사업성 있다."고 이만규 대표는 말한다, 사업성보다 퀄리티를 더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운영하는 다섯 개 업체 모두 리조트당 300실을 넘지 않는데, 소공동 롯데호텔 객실이 1,156개 실인 걸 생각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아난티는 이러한 확고한 컨셉을 기반으로 ‘객실은 넓고 방문객이 붐비지 않은 장소’로서 고객에게 프리미엄 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Writer's Note
기장 아난티코브는 자연이 모토다. 사실상 관심이 덜했던 땅- 하지만 경치가 좋은 땅의 가능성을 보고 그에 어울리는 건축을 했다고 한다. 안도 타다오 건축이 물과 빛을 잘 활용한다면, 아난티코브는 자연에 인공적인 무언가를 짓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장소를 발굴해 그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을 느꼈다.
다만 추가되었으면 하는 요소도 있다. 이곳에 담긴 다양한 서사를 객실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책'이란 요소가 객실에도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독서광인 대표가 '이터널저니'라는 문화와 책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듯, 이 경험이 방으로까지 연결되도록 한다면 어떨까? 물론 이러한 시도는 파주의 지지향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구현이 되었지만, 지역적 특색을 오롯이 반영한다는 점에서 아난티코브에는 유일무이한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간의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북 혹은 지역의 특색이 담긴 매거진을 비치하는 방식 등으로 말이다.
책만큼 시공간을 넘나들게 하는 훌륭한 도구는 없다. 그 공간의 매력을 배로 만들어줄 책을 배치하여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거나, 가족 혹은 연인과 이야기 나누는 매개로도 사용한다. 특색이 있는 지역의 자연을 향유하며 각자의 기억을 더욱 짙게 만들어 줄 ‘아난티’는 그렇기에 지금도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브랜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