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켄스탁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의 공통점이 있다면 '수조 원대의 재산을 가졌지만, 매일 똑같은 옷을 입었다'는 것 아닐까?
2022년 11월, 스티브잡스의 낡은 버켄스탁 샌들이 경매장에 나왔다. 낙찰가는 무려 21만 8천7백50달러, 한화로 2억 9천만 원. 스티브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설립해 활동하던 때 신던 신발로, 50년도 넘은 신발이 이 가격에 팔린 거다.
언젠가 스티브 잡스의 여자친구였던 크리산 브레넌은 2018년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가 즐겨신었던 버켄스탁 샌들에 대해 '그의 유니폼'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매일 같은 옷을 입으며 아침에 무얼 입을지 고민하는 에너지를 줄였다는 스티브 잡스.
어쩐지 이 신발은 너무 마모되어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이 신발을 신은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역사
독일의 작은 마을 교회에서 신발공으로 일하던 요한 버켄스탁Johann Adan Birkenstock은 1774년 자신의 이름을 딴 신발을 만든다. 발바닥 굴곡에 맞는 밑창을 신발로 개발한 건데, 이전까지 신발의 밑창은 평평했다.
버켄스탁을 샌들 전문 브랜드로 만든 건 창립자의 증손자인 콘라드 버켄스탁Konrad Brikenstock이다. 독일에 사우나를 하기 위해 관광을 오던 부유한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에게 '목욕탕용 슬리퍼'라고 이야기하며 팔았다. 굴곡진 밑창 덕에 일명 '발이 편한 목욕탕 샌들'로 금세 입소문이 난다. 여기에 탄력 받은 콘라드는 급기야 시그너처 깔창 개발에 나선다. 15년간 신발 장인과 교류하며 특유의 코르크 깔창 '풋베드'를 개발해 낸 것이다. 이 깔창은 코르크 소재라 푹신하면서 가볍고 땀 흡수 기능이 뛰어나, 발 건강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었다.
버케스탁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다친 병사들에게도 보급되고, 발 근육이 중요한 운동선수도 애용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다.
못생긴 신발
현재 버케스탁 디자인은 1960년대에 완성되었다. 콘라드 아들 칼버켄스탁이 완성한 디자인으로 현재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아리조나, 마드리드, 지제 3가지 라인 모두 이때 탄생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버켄스탁 신발이 인기를 끈 건 아니다. 독일로 놀러 온 미국 사업가 마고 프레이저의 눈에 들어 미국으로 유통되며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히피들의 신발이 되면서 '안티패션'의 선봉으로 불린다. 미적인 것만 추구하던 당시 패션을 비판하는 움직임 속 가능성을 피워낸 거다.
이미지 변신
버켄스탁의 역사는 꽤 오래됐지만 패션업계에서 사랑을 받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버켄스탁에 양말 신은 모습은 꼴불견의 대명사로 지목될 정도였다고 한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12년 '올리버 라이헤르트'가 공동 CEO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밑창을 코르크 대신 고무로 바꾸고, 색상도 다양하게 한다. 그런데 2012년 셀린느의 패션쇼에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신발이 등장했다'는 비난이 있을 정도였다고.
계속된 콜라보
라이헤르트는 이러한 무시에서 멈추지 않고, 2013년 제이크루를 시작으로 2017년 콜레트, 2018년 릭 오웬스, 2019년 발렌티노, 2022년 아더에러와도 협업을 이어간다. 이렇게 패션계에 진출한 버켄스탁은 비로소 명품 샌들의 반열에 오른다.
코르크를 매개로 한 브랜드 확장
버켄스탁은 나무를 베지 않고 참나무 껍질만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코르크를 재배하는 브랜드다. 코르크에 진심인 버켄스탁은 2017년 내추럴 스킨케어 라인도 론칭한다. 코르크가 피부 재생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중저가 제품라인업을 토대로 아이템을 확장해가고 있다.
핵심가치=품질
'친환경'과 같은 좋은 가치를 내세운 기업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품 품질'이다. 소비자가 가치에 공감하며 제품을 한번 구매할 순 있지만, 제품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음 구매로 이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며, 버켄스탁은 다시 한번 '오피셜 홈오피스 샌들'로 성장을 거듭하는데 이렇게 되며 가품도 많아졌다. 그런데 버켄스탁은 이런 상황에 예상보다도 강하게 대처한다. 수사팀을 꾸려 위조 공장으로 잠복수사를 가는가 하면, 유통처에 위조품 보고 요청을 하기도 한다. 시장이나 리셀러를 처벌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진짜 공장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버케스탁의 오리지널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왜 비쌀까?
보통 생산비용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인건비를 구할 수 있는 중국 등에 공장을 세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버켄스탁은 여전히 본토 독일공장 세 곳에서만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렇기에 품질이 더욱 긴밀하게 관리된다.
못생긴 신발의 이유 있는 고집
2022년 버켄스탁은 역사상 처음 유료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는데 제목은 '이유 있는 못생김 Ugly for a Reason'이다. 버켄스탁은 정형외과 팀이 신제품을 제안한다. 더 건강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인체공학적 연구가 선행되는 것이다. 이 마케팅 다큐멘터리에서 버케스탁은 우리가 요즘 신는 신발은 너무 작거나 너무 좁거나 굽이 높아 발에 문제를 만든다 고 지적한다.
https://www.birkenstock.com/us/ugly-for-a-reason/
예쁘지도 않은 신발을 왜 10만 원이나 넘게 주고 사야 할까 궁금했는데 처음 가졌던 아래 3가지 의문에 대한 궁금증이 브랜드 조사를 통해 해결되었다.
- 안 예쁜데 비싸고,
- 무려 5조 3500억 원에 인수된 루이뷔통家 소속
- 2022년 가장 사랑받은 패션 아이템
스티브 잡스도 이런 브랜드 고집에서 나오는 퀄리티, 클래식함이 마음에 들어 오래 신었던 것이 아닐까? 브랜드의 이야기를 탐구하다 보면 브랜드의 성공이 너무나 당연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