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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Jan 23. 2023

'불만'을 원동력으로 성공한 양갱 브랜드

금옥당

천천히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쫀득한 특유의 식감이 부드럽게 퍼진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이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 찐득찐득 치아에 달라붙는 느낌도 별로다.


하지만 누가 먹어도 건강하고 맛있는 양갱이 있다. 대표의 취향대로, 단맛은 적고 식감은 부드럽게 만든 양갱 브랜드-금옥당이다. 통팥부터, 단호박, 밤, 라즈베리, 밀크티까지 맛도 16가지로 다양하다.

출처: 아는동네 매거진

김현우 대표 :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와인 수입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한다. 처음은 스티커사진 숍이었고 다음은 카페였다.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하는 성격으로 결심한 지 2주 만에 오픈했다. 그렇게 5개의 커피숍을 운영하던 곳 중 한 곳이 '405키친'이었다. 카페의 효자 아이템 '빙수'에 착안해 옛날 팥빙수·팥죽 전문점 '경성팥집 옥루몽'을 오픈한다.


이렇게 단숨에 한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로 창업을 연이어 결심하고 일구는 대표의 뚝심에 대해 궁금해졌다. 운영 철학은 무엇일까? 서점에 들러 김현우 대표가 저술한 <카페불패>라는 책을 한 권 산다. 책을 단숨에 읽고 보니 내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김현우 대표의 저서, 카페불패


운영 철학 : 불만이 창업의 원동력입니다.

모든 것은 콘셉트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하는 김현우 대표. '100% 오리지날 커피', '키친 405', '옥루몽'을 성공시키고 2017년 금옥당을 오픈한다. 손대는 카페마다 명소로 만드는 기획자다. 그의 성공요소를 간략히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① 수익성은 선물용 제품으로

옥루몽 이후 대표의 눈길을 끈 것은 '양갱'이다. 그동안 사업을 하며 다뤄온 커피나 빙수는 모두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었다. 이런 음식으론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대표는 매출을 올릴 방법으로 '선물용 제품'을 생각한다. 카페를 기본적으로 운영은 하되, 알짜배기 수익은 선물용 제품 '양갱'이라는 제품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②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겠는데?'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마침 한 지인이 일본 여행 선물로 '토라야'의 양갱을 준다. 예부터 일본 황실에 납품되는 500년도 넘은 양갱집이었다. 하지만 대표의 취향에는 영 맞지 않았나 보다.

'달고, 식감도 별로고.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는데?'


이 양갱이 별로라고 생각한 대표는 곧장 더 나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단 생각으로 양갱브랜드 창업을 시작한다.


양갱의 어원과 시초, 그리고 금옥당

어릴 적 가끔 사 먹으면서도 양갱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몰랐다. '양'은 동물 양(羊)을 뜻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양갱이란 기원전 중국의 음식으로 '양의 피로 만든 수프'를 말했다. 양 수프가 식으면 젤라틴이 굳어서 지금의 양갱처럼 젤리 같은 식감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유학한 일본 승려가 양 수프에서 영감을 받아 팥으로 만든 것이 양갱의 시초가 되었다. 동물성 식품이 승려를 만나 식물성 식품이 된 것이 독특하다.


해조류인 우뭇가사리를 끓여 식히면 젤라틴과 유사한 투명한 물성을 갖게 된다.  이렇게 우뭇가사리묵, 즉 우우묵과 앙금을 섞어서 녹였다 다시 굳히면 양갱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양갱을 한국식 이름으로 부른 것이 '금옥당'이었다.


금옥당의 성공요소는 맛과 종류, 패키징에 있다

우선 앞서 언급했듯 쫀득하고 단 맛이 강한 기존 양갱과 달리 금옥당의 양갱은 설탕과 우무묵의 함량을 줄였다. 대신 앙금의 비중을 높인다. 그래서 덜 달고 더 부드럽기에, 최근 헬시 플레져(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맞물려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었다.


또한 금옥당은 총 16가지 맛을 갖추고 있다. 8가지는 팥, 녹차 등 국내산 곡물을 사용해 언제든 만들 수 있는 오리지널 제품이다. 그리고 6가지는 호박, 생강, 고구마 등을 넣은 시즈널리티 제품이며, 나머지 2가지는 MZ세대를 저격한 라즈베리와 밀크티 제품이다. 이렇게 항시 즐길 수 있거나, 시즌 위주로 접근하거나, 특정 타깃에 맞춘 제품들을 고루 갖춤으로써 뒤이어 언급할 패키징에도 최적화될 수 있었다.

다양한 패키징을 보여주는 금옥당 (출처: 아는동네 매거진)

금옥당은 패키징에 심혈을 기울였다. 양갱을 만들기 위해 팥을 평균 12시간 끓이는 정성과 대비해 우리에게 익숙한 양갱은 투박한 모양 그 자체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금옥당은 패키징을 통해 양갱을 새롭게 브랜딩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맛마다 특색이 있는 꽃무늬를 패키징에 사용한다. 결혼식이나 답례품 선물로 적합할 수 있도록 보자기 옵션을 추가할 수도 있다. 우리 전통의 꽃 모티프 자체가 아름다워 외국인 친구 선물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처음부터 MZ가 타깃은 아니었습니다만

광고회사에서도 광고를 만들기 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소비자 분석'이다. 브랜드를 소비하고 접하는 고객을 직접 만나고 살펴 어떤 상품에 관심을 두는지, 어떤 메시지에 움직일지 등을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때 정량과 정성 조사뿐 아니라 소비자 관찰 등도 많이 쓰이는 기법이다.


그런데 금옥당은 초기의 소비자 분석이 주효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표가 처음 염두한 타깃은 4050 세대였다. 현재의 MZ를 고려한 브랜드는 결코 아니었다. 4050 세대가 등산이나 사이클링을 하며 당을 채우기 위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초기의 소비자 분석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MZ세대는 제품의 본질보다 외형을 신경 쓸 것 같아 대표는 MZ는 타깃에서 배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한 브랜드를 볼 때 다양한 실패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는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금옥당은 초기 타깃 설정에는 다소 나이브했을 수 있지만, 양갱이 가진 '정형화된 어떤 이미지'를 벗어나 폭넓은 세대가 양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두었다.

블루베리와 밀크티 등 젊은 세대도 좋아할 만한 맛을 만들고, 포장지에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입힌다. 이렇게 MZ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자아낼 만큼 독특하고, 4050 세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금옥당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로 나아가게 된다.


'할메니얼'을 예견한 선구안이 있었던 걸까.

최근 유통업계는 밀레니얼 세대의 일명 '할머니 입맛'을 저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트렌드뿐만 아니라 입맛도 돌고 도는 법인가 보다. 흑임자, 인절미, 쑥, 막걸리, 옥수수 등을 활용한 '할매 입맛' 식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트렌드가 시작된 지도 불과 2년 채 되지 않았다. 2017년 금옥당을 창업한 대표는 선구안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금옥당 등 몇몇 선두 브랜드의 등장이 입맛의 변화를 이끈 것일까. 잘 모를 일이다. 어찌하였든 성장 과정에서 끊임없이 기회를 붙잡은 브랜드가 금옥당일 수도 있겠다.



Writer's Note


술 끊어야지

퇴사해야지

유튜브 해야지

살 빼야지

직장인 4대 거짓말로 꼽힌 것들이다.

거짓말이 아니고, 하지 못해서 거짓말이 되는 것들이다.


2주 만에 첫 카페를 열었다는 김현우 대표의 실천력을 보고, 나 자신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였다.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다 보니 생각은 자꾸 밀리고, 밀린 생각은 흐려만 졌다.

다짐만 가득한 태도가 어느새 몸에 익어 실천하려면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불만에 대해서는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방심하거나 방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보단 내가 더 잘 만들겠다'하는 생각이, 나비효과처럼 더 확장되고 구체화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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